2014년에 미국의 UC 버클리에 박사 유학을 오기 전까지는 스페인어를 배울 생각을 그렇게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곳 캘리포니아주는 인구의 약 25% 이상이 이민자이고,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인종적으로 아시안과 라티노이다. 또한, 내 연구의 주요 테마가 미국의 이민과 인종 정치에 대한 것인 ㄴ만큼, 그 중심에 있는 스페인어 집단에 대해서 더 깊이 알기 위해 스페인어를 약간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이를 위해 처음에는 동네에 있는 평생교육 기관에서 스페인어 수업을 들어볼 생각도 했고, 재학하는 UC 버클리의 외국어 교육을 받아볼까도 했다. 그러나 다른 수업과 연구 일정 때문에 도저히 수업을 듣기 위해 따로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예전에 잠깐 관심을 가졌던 듀오링고가 생각이 났다. 듀오링고는 미국의 카네기멜론대학의 루이스 본 안(Luis Von Ahn)팀이 만든 무료 외국어 학습 앱이다. 듀오링고가 처음 나왔을 때도 앱 자체에 흥미를 가지고 이것저것 해보았지만 그때는 오래가지 않았다. 분명한 동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듀오링고로 스페인어를 배우는 건 전보다 훨씬 오래가고 있다. 일단은 앞서 쓴 것처럼 스페인어를 배워야 할 동기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듀오링고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 스마트폰으로 외국어 학습을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 부분이 있다.

듀오링고는 스마트폰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한 외국어 학습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학습 앱 듀오링고의 로고.
나는 그동안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를 학습했다. 이들을 대부분 한국에서 학교 수업으로 들었고, 일부는 현지에서 살면서 수업도 듣고, 생활을 하면서 배우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에서 박사 유학을 와서 영어로 생활하고,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이런 과거의 다년간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듀오링고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의 특별한 점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전반적으로 잘 사용해서 읽고, 말하고, 듣고, 쓰는 걸 동시에 배울 수 있고,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우는 과정이 촘촘한 스텝별로 나눠져 있기 때문에 잠시 버스를 타고 어디 이동할 때나 쉬고 있을 때에도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해서 실제 말하는 연습도 가능하다. 이렇게 바쁜 일정 틈틈이 모바일로 게임을 하듯이 외국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게 듀오링고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듀오링고를 통해서 외국어를 아주 깊은 수준까지 배우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한정된 스크린과 스크립트로 배울 수 있는 외국어와 외국 문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통해서 외국어 학습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앱은 의미가 있다. 인터넷 도래 이후 도입됐던 초기 원거리 교육을 생각해보면, 교실만 가상으로 옮겼을 뿐 콘텐츠나 콘텐츠 전달방식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 듀오링고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학습 앱들이 이전 세대의 서비스들과 다른 것은 인터넷이 아니면, 스마트폰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교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보다 적합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 술을 새 부대에’가 아니라, ‘새 부대에 새 술을’일 수도 있다.
<김재연(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