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이어폰잭이 사라지면 뭐가 올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애플은 남들이 잘 쓰는 것을 없애기 좋아한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미래를 끼워 넣는다. 쉬운 일은 아니다. 익숙한 것을 밀어내고 집어넣은 것이 정말 미래인지 어지간한 확신 없이는 할 수 없는 모험이다.

하지만 팬들의 적응력은 무시할 수 없어서, 아이맥에서 플로피디스크가 사라졌을 때의 황망함, 맥에서 광학 디스크가 사라졌을 때의 아우성, 맥북에서 USB가 사라지고 USB-C만 남았을 때의 허탈함도 어찌어찌 익숙해져 간다. 그럴수록 마치 도장 깨기를 하듯 점점 애플은 더 강한 상대를 찾아 나선다. 무엇을 만들어 내도 사주니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이번 상대는 3.5㎜ 규격의 이어폰잭인가 보다. 아이폰7에서 헤드폰을 꽂을 수 있는 그곳이 사라진다는 소문은 기정사실이 된 것 같다.

이어폰잭이 빠진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올까. 사진은 아이폰7에 이어폰잭이 빠진다는 것을 두고 독일의 한 인터넷매체가 제시한 예상도. / cultofmac.com

이어폰잭이 빠진 자리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올까. 사진은 아이폰7에 이어폰잭이 빠진다는 것을 두고 독일의 한 인터넷매체가 제시한 예상도. / cultofmac.com

그 잭의 원형은 폰 플러그, 폰 단자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름처럼 19세기의 전화교환기에서 시작된 유서 깊은 상대다. 역사만큼 사양이 난립하여 스마트폰 시대가 된 이후에도 다른 제품의 이어폰을 꽂으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보통은 스테레오 입출력이 가능한 3극(極)이 주류이지만, 노이즈 캔슬 기능을 추가한 5극짜리 제품도 있는 등 얇은 쇠기둥을 구획으로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다양한 용례를 만들어 왔다. 이 유연성 덕에 여기저기에서 많이 쓰여서, 이 잭을 쓰는 주변기기는 음향용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핀테크 대표주자 스퀘어 등의 외장 결제 모듈에서 리모컨, 전자파 측정기, 최근 천원숍에서 파는 셀카용 플래시까지 이곳에 꽂을 수 있는 스마트폰 주변기기도 뜻밖에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남녀노소 누구나 확신을 가지고 가장 안심하며 꽂을 수 있는 플러그이기 때문이다. USB처럼 뒤집어 꼽을 일도 없다. 빙글빙글 잘도 꽂힌다. 쉽고 익숙한 만큼 정도 들었다.

실제로 아이폰에서 이어폰잭을 버리지 말아 달라며 서명운동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애플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도 외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금은 21세기, 블루투스가 널리 퍼졌고 블루투스 헤드셋쯤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시절이기에, 단자 하나 사라져도 괜찮을 듯 싶기도 하다. 하지만 헤드폰 하나를 작업 중엔 노트북에 꽂았다가 이동 중엔 폰에 꽂는 이중생활은 하기가 힘들다. 하나의 블루투스 헤드폰에 여러 장비를 이어주는 기능을 멀티 페어링, 멀티 포인트라고 하지만, 대다수의 블루투스 제품의 경우 통화가 아닌 음악재생의 멀티 페어링은 좀처럼 제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폰7의 번들 이어폰은 충전용 라이트닝 단자에 연결하는 식이라고 한다.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케이블이니 디지털에서 오디오로의 신호 변환을 각종 전자파가 가득한 본체가 아닌 밖으로 빼내서 전문적으로 할 수 있어 더 좋은 음질을 들려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라이트닝 케이블의 플러그 부분은 그 내구성이 늘 문제였다. 꼭 그 부분이 고장이 난다.

이처럼 3.5㎜ 헤드폰잭에 익숙한 우리는 이런저런 수많은 문제를 얼마든 더 찾아내고 불평할 수 있다. 자, 이제 그 이어폰잭이 빠진 그 자리에 들어올 미래가 뭔지, 그 미래가 우리를 설득할 차례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