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불평등
존 C. 머터 지음·장상미 옮김·동녘·1만6800원
재난은 불평등하게 닥친다. 재난의 상황은 늘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지은이는 해양지구물리학을 전공한 자연과학자다. 자연과학자인 지은이가 사회과학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재난불평등에 관한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문이었다. 그는 카트리나로 인해 “자연재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필연적으로 사회과학의 세계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뉴올리언스 빈민 밀집지역을 강타한 카트리나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비극을 불러왔다. 카트리나가 상륙한 곳은 정확히 뉴올리언스가 아닌 미시시피 강 연안이었지만 오히려 미시시피주 사망자 수는 뉴올리언스보다 훨씬 적었다. 카트리나의 경로는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됐지만, 뉴올리언스에서는 미시시피주에서처럼 대피나 예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난 이후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재난 예방에 책임이 있는 책임자들이 아니라 흑인 빈민이었다. 재난 이후 이야기 구조는 인종에 초점이 맞춰졌다. 흑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줄줄이 쏟아져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재난 상황이 정리되자, 재난 상황에서 가장 폭력적이었던 집단은 다름 아닌 뉴올리언스 경찰과 백인 자경단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이 책은 아이티와 칠레의 지진, 미얀마의 태풍 또한 재난 이후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사회적 대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한다.
지은이는 재난은 자연이 처음 타격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몇 분 또는 몇 시간 동안에만 자연적이라고 말한다. 재난 이전과 이후의 상황은 순전히 사회적이라는 것이다. 자연과학자인 지은이는 자연의 본성 못지 않게 인간의 본성에 대해 파헤치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공정한 이면을 묻는다. 이에 대해 자연과학은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지만 사회과학은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연대를 구축하는 데서부터 재난불평등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