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개학시즌마다 벌어지는 초등교 석면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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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에 오염된 교실을 일반 학부모들이 청소하도록 했다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다. 전문 석면 청소업체가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회용 청소도구를 사용해서 안전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죠? 석면에 대해 문의하려구요.”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내일 개학하는데, 학교와 교실이 석면에 오염되지 않았나 우려스러워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안전할지 걱정입니다.”

무슨 일일까? 요 며칠 사이에 비슷한 내용의 문의전화를 서너 통 받았다. 전국 초·중·고교의 70% 이상이 석면 건축자재를 사용한 석면학교다. 주로 교실 천장에 사용한 가로 60㎝·세로30㎝ 크기의 직사각형에 지렁이무늬가 있는 흰색의 ‘텍스’라고 불리는 마감재에 3~5% 정도의 백석면이 함유되어 있다. 화장실의 칸막이도 석면이 함유된 ‘밤라이트’라고 불리는 자재를 사용한 곳이 대부분이다.

지난 8월 초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석면조사를 하는 모습. 교실 천장의 석면텍스를 제거하는 공사를 했는데, 교육청과 학교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실이 석면에 오염됐다.

지난 8월 초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석면조사를 하는 모습. 교실 천장의 석면텍스를 제거하는 공사를 했는데, 교육청과 학교의 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실이 석면에 오염됐다.

과거 석면의 발암성이 알려지기 전에는 광물로서 불에 타지 않는 성질 때문에 불연건축재로 공공건물인 학교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했었다. 하지만 석면섬유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오면 날카로운 구조 때문에 폐에 박혀 염증반응을 일으키면서 오랜 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암으로 악화된다. 대개의 외부물질이 폐로 들어오면 대식세포에 의해 녹아버리는 데 비해 석면은 강한 성질 때문에 몸속에서 발암물질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석면은 이제 치명적인 발암물질로 인식돼 법적으로도 사용이 금지되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물질로 떠오른 학교 석면문제가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거론되자 각 교육청마다 조금씩 예산을 확보해 방학 동안 석면자재를 비석면자재로 교체하고 있다. 아이들과 교직원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진행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교육청과 학교의 공사 담당 관계자들이 석면에 대해 무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업자에게만 맡겨 석면 교체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현장감시가 제대로 안 돼 석면 해체·제거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초·중·고교 70% 이상 석면 건축자재 사용
몇 년 전 이맘 때의 일이다. 전라북도 전주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방학 중에 교실 천장에 냉·난방기를 설치하는 공사를 했다. 이 학교의 교실 천장 마감재도 석면텍스였다. 교실 가운데의 석면텍스를 떼어내고 냉·난방기를 설치했는데, 작업자들이 석면텍스를 함부로 다뤄 석면조각과 먼지들이 교실을 오염시켰다. 개학을 며칠 앞두고 학교 측에서 학부모들에게 학교 시설공사를 마쳤으니 개학 전에 교실 청소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 중 환경단체 회원이 있었나 보다. 학교에 가니 책상 위에 하얀 먼지가 자욱이 내려앉아 있는 걸 보고 그 학부모는 석면먼지가 아닌가 의심해 환경보건시민센터로 밤중에 문의해 왔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에게 교실에 가서 먼지시료를 채취해 바로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고속버스로 시료를 넘겨받아 전문 분석기관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해 보니 백석면이 검출됐다. 민원 제기에서 시료 채취, 석면 분석까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틀 뒤면 개학해 아이들이 등교하기 때문에 서둘렀다. 부리나케 조사보고서를 작성해 전주에 보냈는데, 방송뉴스로 다뤄져 이를 본 학무모들이 개학 날 아침에 학교에 몰려가 대책을 요구했다. 학교 측은 긴급 교무회의를 열어 개학을 며칠 미루고 전문업체에 맡겨 대대적인 교실 청소를 실시했다. 석면으로 인해 벌어진 지역사회의 큰 소동이었다. 석면에 대해 지식이 있던 학부모의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아이들이 석면먼지를 뒤집어쓸 뻔한 아찔한 일이었다.

비슷한 일이 이후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다. 8월 초 어느 날 서울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의 한 회원이 양천구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서 석면 철거가 진행되는데 문제가 없는지 현장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석면 철거업체가 과거에 제대로 일을 못해 문제가 된 적이 있어서 염려가 된다고 했다. 샘플링 도구를 챙겨들고 학교를 방문했다. 4~5층 교실의 석면천장재가 모두 해체·제거된 후였고, 일부 교실은 비석면자재를 붙여가는 중이었다. 석면 철거가 끝난 교실을 둘러보는데, 교실바닥에 천장텍스 조각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비석면자재를 아직 들여오지 않은 교실이라 바닥에 떨어진 조각은 이전의 석면자재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되었다. 그렇다면 조각 주변의 하얀 먼지들도 석면먼지일 가능성이 컸다.

해서 교실 두 곳에서 모두 7개의 먼지와 조각시료를 채취했다. 학교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서너 명, 그리고 강서양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입회했다. 샘플링 과정을 모두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했다. 작업자들이 마스크 등 아무런 보호장비를 하지 않고 있었고, 교실의 석면 오염 문제는 심각한 일이어서 곧바로 석면 분석기관으로 시료를 들고가서 석면 여부를 확인했다. 백석면이 확인되었고 갈석면도 의심된다고 했다. 학교 측에 바로 통보했다. 다음날 오전에 정확한 결과가 나왔는데, 7개 시료 중 5개에서 백석면이 3~5%·갈석면도 미량 검출되었다.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 먼지시료에서 검출된 백석면(왼쪽 사진)과 갈석면의 전자현미경 사진. 갈석면은 머리카락처럼 구불구불한 백석면과 달리 바늘처럼 뾰쪽해 인체 발암성이 더 높다.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 교실 먼지시료에서 검출된 백석면(왼쪽 사진)과 갈석면의 전자현미경 사진. 갈석면은 머리카락처럼 구불구불한 백석면과 달리 바늘처럼 뾰쪽해 인체 발암성이 더 높다.

석면은 종류가 6개가 있는데, 모두 1급 발암물질이다. 섬유의 형태가 머리카락처럼 생긴 사문석 계열이 백석면이다. 가장 많이 사용됐고,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제품 종류별로 사용이 금지됐다. 섬유의 형태가 뾰쪽한 바늘처럼 생긴 각섬석 계열의 석면은 5종류로, 청석면과 갈석면의 독성이 가장 강해 1997년에 사용이 금지됐고, 트레몰라이트석면·액티놀라이트석면·안소필라이트석면 세 종류는 2003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따라서 목동의 초등학교 교실 시료에서 갈석면이 검출됐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문제였다.

학교 석면 철거작업 철저히 감독해야
문제는 이런 실태가 특정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거의 모든 학교에서 비슷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즉 시정되지 않고 반복된다는 거다. 해서 학교 석면 문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jtbc에 제보해 8시뉴스에 보도됐다. 방송을 보고 고용노동부에서 조사에 나섰다. 석면 해체·제거작업은 발암물질을 다루는 위험한 일이어서 노동부에 안전하게 철거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해 허가를 받고 작업 전후로 근로감독관이 감독을 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의 학교 현장은 석면 철거가 불법적으로 이루어져 수사권을 가진 노동부가 직권으로 수사에 나선 것이다. 필자에게 조사경위와 결과를 증거와 함께 제출해달라고 요청해 와 있는 그대로 진술해주었다. 근로감독관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고 했다.

석면이 검출됐던 그 초등학교는 이후 어떻게 대처했을까? 놀랍게도 다른 일반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개학을 며칠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교실 청소를 요청했고, 엄마들이 나와서 교실을 청소했다. 석면에 오염된 교실을 일반 학부모들이 청소하도록 했다는 건 매우 위험한 행위다. 전문 석면 청소업체가 방진복과 방진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회용 청소도구를 사용해서 안전하게 처리했어야 했다. 학부모들이 청소하다가 석면을 흡입할 우려가 크고 방진복을 입지 않아 옷이 석면에 오염되어 집과 다른 곳으로 석면 오염을 전파시킬 우려도 크다.

목동의 해당 학교 인근은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학교와 인접한 아파트의 주민들은 학교에서 석면공사를 한다는 걸 알고 문도 열지 못한 채 폭염 속에 지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방송뉴스를 보고 자신들의 집으로도 석면먼지가 날아들지 않았는지 걱정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우려였다. 석면먼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나노 크기여서 바람에 실려 수 ㎞ 먼 곳까지 오염시킨다.

노동부가 관장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석면 철거작업의 안전에 대해서 매우 자세하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놓고 있다. 문제는 이런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학교의 경우 교육청과 학교의 감독자가 석면문제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이들이 석면 철거작업 현장을 철저히 감시·감독하지 않으면 앞서와 같은 문제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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