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변 노무현 ‘소통의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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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달변 노무현 ‘소통의 말하기’

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000원

“싱싱한 고등어가 있습니다. 싱싱한 고등어. 한 마리에 980원. 싱싱한 노무현이 왔습니다. 싱싱한 노무현.”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부산의 한 마트 지하식품매장에 들렀다. 마이크를 잡은 노 후보는 시장 상인의 말투를 흉내내며 자신을 고등어에 비유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태영 노무현사료센터장(전 청와대 대변인)은 “말하는 이의 겸손은 듣는 이를 한 걸음 다가오게 한다”며 이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참 말이 많은 대통령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그가 달변이었다는 사실에 반대하는 이는 드물다. 사석에서 그는 “사상이 빈곤하면 말도 빈곤하다”, “말만 잘하고 일을 못하는 지도자가 과연 있는가?”라며 ‘말’에 대한 철학을 자주 피력했다. 참여정부 5년은 ‘말’의 전성기였다.

<대통령의 말하기>의 저자인 윤 센터장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쉴새 없이 쏟아지는 노 전 대통령의 말을 글자 그대로 받아 적는 일을 했다. 이 책은 업무노트 100여권, 수첩 500여권 등 노 전 대통령의 말이 담긴 방대한 자료 속에서 23가지의 소통의 법칙을 정리한 책이다. 윤 센터장의 전작 <바보, 산을 옮기다>가 ‘말로 본 노무현의 진짜 모습’이라면 이번 책은 ‘노무현으로 본 진짜 말하기 방법’이다.

윤 센터장은 노 전 대통령처럼 말을 잘하고 싶다면 원고 없이 말하는 훈련을 하라고 권한다. 노 전 대통령은 주어진 연설문을 그대로 읽는 법이 없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표현을 고치고, 틀린 내용은 바로 잡아서 읽었다. 때로는 아예 원고를 덮어놓고 연설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애를 먹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금기를 깨는 말하기 방식은 대통령에 대한 불필요한 권위를 무너뜨렸고, 그만큼 한국 사회는 성숙해졌다.

윤 센터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강연은 재미있다”며 책 말미에 노 전 대통령이 신임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록을 실었다. 때로는 백 번 설명하기보다는 한 번 눈으로 보는 게 더 빠르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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