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회 민낯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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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한국 현대사회 민낯의 기록

르포히스토리아
원희복 지음·한울엠플러스·1만9500원

해방의 환희와 분단의 설움이 교차한 1945년 8월 서대문형무소를 시작으로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의 팽목항까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현장을 르포로 기록한 책이다. 30년간 기자생활을 한 지은이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3월부터 12월까지 <주간경향>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해방이 분단과 독재로 이어졌고, 이에 대한 저항을 쿠데타의 총성으로 잠재웠지만, 결국 여러 항쟁을 통해 국민들의 노력으로 민주와 통일을 실현해 왔다는 관점에서 한국 현대사를 살폈다. 서대문형무소나 남산 중앙정보부 터, 평화시장처럼 한국 현대사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익숙한 곳부터 원효로 1가, 한강대교 남단, 여의도 옛 평민당사 등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 무심코 지나칠 수도 있는 현장도 새롭게 조명했다. 

원효로 1가는 일제 관동군 헌병 출신으로 해방 후 이승만 대통령의 하수인이었던 김창룡 육군 특무부대장이 암살당한 곳이며, 한강대교 남단은 5·16 군사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첫 총격전이 벌어졌던 현장이다. 잊고 있던 역사가 충실한 기록과 기억을 통해 다시 되살아난다.

역사의 현장 40곳을 숨가쁘게 달리던 책의 마지막 현장은 진도 팽목항이다. 지은이는 팽목항을 취재하면서 “우리 현대사의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린 느낌을 받았다. 우리가 해방 후 지금까지 죽자 살자 달려온 것이 바로 이 꼴을 보기 위해, 이 참담함을 만나기 위해서였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도 팽목항 방파제 끝에 서 있는 등대에 누군가 노란 스프레이로 ‘Remember 14.04.16’이라고 써놓은 것처럼 결국 필요한 건 “망각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역사의 진실은 억지로 잊게 하거나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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