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도심 번화가 지역을 제외하면 사람들이 밤에 잘 돌아다니지를 않는다. 일단, 미국 문화상 그 시간에는 대부분 집에 가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게 상식이다. 결혼을 한 사람들이면 일을 해도 야근을 하기보다는 집에 가서 먼저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그 다음에 집에서 일을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범죄에 노출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밤에는 돌아다니는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곳에서도 밤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기가 흔해졌다. 이건 사람이 넘쳐나는 뉴욕주부터 인적이 드문 오리건주까지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특별히 사람들을 특정 장소에서 보기가 쉬워졌다. 필자 같은 경우는 저녁에 연구실에 오래 있다가 캠퍼스 정문 쪽으로 내려올 때, 스마트폰을 들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흔하게 본다. 서로 말은 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스크린에 몰두하고 있는 그 모습만 보아도 포켓몬 헌터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워낙 포켓몬 고가 인기이다 보니 넷플릭스 같은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포켓몬과 관련된 콘텐츠가 덩달아 인기다.

7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시장거리에서 포켓몬 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AP연합뉴스
이 포켓몬 고의 개발자는 존 행크로 그는 구글맵을 개발한 사람이기도 하다. 행크는 텍사스대 오스틴 캠퍼스에서 학사를,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의 하스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받았다. 포켓몬 고를 만들기 전에는 키홀이라는 회사를 운영했는데, 이 회사는 2004년에 구글에 350만 달러(약 380억원)에 인수됐다. 우리가 오늘날 구글어스라고 알고 있는 서비스가 원래 키홀의 핵심 서비스다. 인수 후, 행크는 구글의 지도 관련 서비스에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지도에 관련된 전반적인 서비스에 깊이 간여했고, 그러던 중에 포켓몬 고의 아이디어를 키워서 독립된 회사인 니앤틱 랩(Niantic Labs)으로 만들었다. 달리 말하면, 포켓몬 고가 뜬 건 지금이지만, 행크가 증강현실에 관련된 아이디어를 지도에 기반해서 키워온 것은 이미 10년이 넘은 일이다. 실제로 1996년에 버클리에서 MBA를 받은 행크가 하스 경영대학원 입학 때 썼던 에세이에서 이미 인터액티브 게임과 기술을 융합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었다.
그리고 행크의 니앤틱 랩은 포켓몬 고에도 여러 실험적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하고 있다. 잉그레스(Ingress)라는 서비스는 포켓몬과 비슷한데, 포켓몬만 없다. 사람들이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방문하면 포털이 열리고 그 영토를 차지할 수 있는 서비스로, 니앤틱 랩의 첫 번째 증강현실 게임이다. 니앤틱의 다른 서비스인 필드트립(FIELDTrip)은 역시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장소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하는 역할을 해준다. 포켓몬 고란 눈부신 흥행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준비작업과 시행착오의 과정이 있었다.
프랑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로댕 미술관을 방문하면 로댕의 습작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설적인 작품이 나오기까지는 수없는 실패의 과정이 필요하다. 행크는 비록 일찍부터 성공을 해온 사례지만, 포켓몬이란 큰 흥행이 있기까지엔 한 아이디어를 더 구체적으로 강화시키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포켓몬 흥행을 좀 더 길게 들여다 보고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이것일 것이다. 성공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고, 좀 더 높은 기준에 도달하는 걸 목표로 경주할 때 얻어진다.
<김재연(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