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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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순수한 사랑’에 대한 갈망

약속의 날
신이우 지음·박희선 옮김 문학동네·1만6800원

나이 서른을 앞둔 펑란은 준수한 외모에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태국 음식점을 경영한다. 하지만 어머니의 눈에는 혼기를 놓치기 직전의 ‘노처녀’일 뿐이다. 설상가상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통보하고, 펑란은 충격에 빠진다. 사랑과 결혼에 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뒤집어진 상태에서 펑란은 자신이 경영하는 식당에 새로 들어온 종업원 딩샤오예에게 급격하게 빠진다. 펑란은 ‘옛 사랑에 뺨 맞고’, ‘체면’이 구겨졌다 느끼며 ‘후회’하고, ‘열병’과 같은 새 사랑을 겪으며, ‘좋은 여자’가 되는 길을 고민하면서 성장해 나간다.

중국의 36세 여성 작가 신이우의 아홉 번째 소설이다. 신이우는 2006년 인터넷 소설 게시판에서 데뷔한 ‘태생이 다른 작가’다. 동시대 청춘들의 상처와 고민을 감각적이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약속의 날> 역시 당당하고 독립적인 여성이 돼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과 사랑과 결혼에 이르는 과정에서 알알이 박힌 전통적 가치관및 자본주의적 속물적 욕구 사이에서 젊은 여성이 느끼는 방황을 다루고 있다. 회계사 출신으로 기업 임원까지 오른 어머니가 식당 종업원 사위에 반대하고 펑란을 닦달하며 맞선을 보게 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펑란은 “그래, 내가 현실적이지 못해서 쓸데없이 사랑이나 찾고 앉아 있는 거겠지”라고 한탄하고, “사랑은 욕망으로 시작해 책임으로 귀속된다”며 결혼이란 제도를 두려워하지만, 끝내는 “사랑이란 건 원래 나와 전혀 다른 사람이랑 마음을 모아 같은 불꽃을 피우는 거잖아?”라든가 “어떤 꿈들은 함께 꾸어야만 행복한 거야”라고 말한다.

세상에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작가는 경쟁으로 가득찬 도시의 삶에서도 ‘순수한 사랑’을 찾고 싶은 현대 여성들의 갈망을 놓치지 않고, 또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신이우의 작품이 큰 지지를 얻는 이유일 것이다. 한국 젊은이들이 겪는 문제와도 쉽게 겹쳐진다. 순정만화마냥 술술 읽히면서도 ‘동아시아적 동시대성’을 건드리는 책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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