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만화가들은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출판사의 선택을 받아 연재를 시작하고 작가가 된다. 그러나 웹툰의 시대가 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독자들과 호흡하고 함께 성장하는 작가세대가 생겨났다. 박범기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의 학문적 관심사다. 박 연구원은 이번 달 중앙대 문화연구학과에서 ‘아마추어 웹툰 작가의 생산노동의 성격에 관한 연구: 네이버 <베스트 도전> 연재 작가를 중심으로’로 석사학위를 받는다.
박 연구원은 “웹툰은 사회적인 것을 재현하는 매체다. 우리 주변의 사회문제들이 다 들어 있다”고 그가 웹툰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문제를 환기시킨 최규석 작가의 <송곳>과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예로 들었다. 두 웹툰은 각각 JTBC와 tvN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반향을 일으켰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나 검찰 권력 문제를 다룬 KBS 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 역시 웹툰이 원작이다. 레즈비언 커플 이야기, 청년세대의 외로움, 층간소음 등 일상에서 겪은 다양한 문제들이 웹툰에 등장한다. 박 연구원은 “동시대 대중들의 욕망을 재현하는 것이 대중매체의 역할인데, 웹툰은 특히 다수 대중이 외면하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재현하고 또 지지를 받는다”며 “연재 방식과 플랫폼의 성격에서 이런 특징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툰은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다. 박 연구원은 특히 포털을 통해 웹툰이 시작된 것을 웹툰의 성격을 결정짓는 변수로 꼽았다. “웹툰을 보는 소비자들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이용의 주체예요. 댓글·조회수·별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반응하고, 작가들은 즉각적으로 이 반응을 참고할 수 있어요. 이 반응은 웹툰의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웹툰은 무엇보다 양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되는 대중문화 작품이다. 2014년 12월 기준으로 다음, 네이버, 올레 웹툰, 카카오톡 등 다양한 매체에 작가 4661명이 4440편을 연재한다. 네이버 베스트 도전 등 아마추어 작가들이 무료로 연재한 것은 제외한 수치다. “제작방식이 간편해 태블릿만 있으면 누구나 올릴 수 있죠. 이용자 반응이 제일 중요하고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워요. 어둡고 불편한 소재가 잘 다뤄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박 연구원은 아마추어 웹툰 작가 지망생들의 노동을 들여다보며 ‘자발성’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웹툰 작가가 되기 위해 포털이 제공하는 UCC 공간에 자기 작품을 제공합니다. 돈을 받지 않더라도 이용자들의 반응을 통해 인정욕구를 충족하고 즐거움을 느낍니다. 공식 데뷔를 하지 않더라도 작가로서 자의식을 형성하고 책임감도 느낍니다.”
‘멋진 신세계’만은 아니다. 박 연구원은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이 자신의 노동 성격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작가들은 자신에게 작가의 권위를 부여한 독자들(이용자들)의 부정적 반응을 빨리 감지하고 대응해야 할 의무감도 느낀다. 포털과 플랫폼의 관리를 받는다. 최근 메갈리아 관련한 웹툰 작가들과 독자들의 갈등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독자의 요구가 응당시될 수밖에 없는 구조와 웹툰 작가의 근본적 관리 권한을 쥔 플랫폼 사업자들이 존재한다. 박 연구원은 “하지만 웹툰은 가장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대중문화”라며 “결국 사회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미디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