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에서의 윈도 10 첫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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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과 애플이라는 벽에 막혀 과거의 영화를 잃은 지는 꽤 됐다. 운영체제를 골고루 다 가지고 있었음에도 스마트폰의 지각 변동에 균형을 잃고만 대가는 너무나 컸다. 구글과 애플의 파죽지세에 범작으로만 응대할 수밖에 없었던 흑역사는 그나마 수뇌부가 교체되면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윈도 10과 클라우드 사업은 자리를 잡았다.

3년 안에 10억대에 깔겠다는 호언장담은 무리인 듯 보이지만 그래도 윈도 10은 좋았던 시절의 마이크로소프트를 방불케 하는 양질의 완성도와 성과를 남겼다. 물론 무상 업그레이드 기회를 1년간 줬고, 또 이 윈도가 마지막 윈도, 그러니까 앞으로는 주기적이고 점진적인 업데이트만으로 판갈음을 하겠다는 적극적 신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다.

어쨌거나 7월 말을 끝으로 공짜 윈도 10의 마감 기한은 지나버렸다. 대신 무상 업그레이드 기간이 종료된 아쉬움의 자리에 새로운 윈도 버전을 1주년 개정판(Anniversary Update)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8월 ㅈ3일 윈도 10 출시 1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는 8월 ㅈ3일 윈도 10 출시 1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대할 만한 기능들이 꽤 많다. 먼저 펜 기능인 ‘잉크’ 기능이 대폭 강화되어 태블릿 PC를 선택한 이들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시킬지 설렌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후계 브라우저인 엣지도 더 강해졌다. 크롬 등에서 애용되는 각종 확장 기능도 제공되고, 또 개발자를 위해서는 크롬 확장과 최대한 비슷하게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등 후발주자의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 리눅스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등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미 떠난 기술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도 알차다. 개발자들의 최선호 PC가 맥이 되어버린 지 오래, 이제 그 자리를 조금씩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개발자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차기 윈도 버전의 코드명을 암송하고, 그 로드맵에 온 촉각을 세우던 시절이었다. 예를 들어 아직도 시대착오적으로 살아남은 여러 액티브X는 그 시절의 영광이 남긴 찌꺼기들이다.

하지만 권불십년. 과거의 영화가 꺼진 지금은 도전자의 입장이 되었다. 이러한 시대상의 변화를 맞은 대개의 거대기업은 재도전조차 하지 못하고 궤멸적 타격을 입곤 하는데,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일어나 링에 오르니 그 저력이 신기하다.

한국에서는 존재감이 전혀 없지만 윈도 10 모바일도 윈도 10과의 통합으로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종래의 망작, 윈도 폰과는 달리 ‘유니버설 윈도 플랫폼’ 덕에 윈도 10에서 개발된 앱도 모바일을 적절히 배려해서 만들었다면 그대로 모바일에서 돌아갈 수 있으니, 기업 시장에서의 기적적 회생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일 뿐 유난히 안드로이드 천국인 한국에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여러 제품을 준비 중인 일본과는 달리 국내 통신·제조사들조차 어째 소극적이다. 쏠림 현상이 심한 시장답다. 이미 눈치 챘는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은 해를 거듭할수록 한국에 대한 배려 수준이 떨어져 가는데, 이는 안타까운 일이다. 윈도 10의 핵심 기능인 인공지능 비서 코타나의 한국어 기능은 1주년을 맞이한 오늘도 여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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