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적 플랫폼과 킬러 앱의 시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3% 증가한 9873억원, 당기순이익은 71.8% 증가한 21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실적은 무엇보다 해외 매출과 모바일 광고 덕분이다. 매출액 중 해외 비중은 35%이며, 349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4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의 해외 매출은 자회사 라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라인 타임라인 등의 광고 매출·콘텐츠 매출·캐릭터상품 매출 등이 차지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라인의 사용자 수는 2억2000만명인데, 지난 분기 대비 4.1% 증가하는 데 그쳐 성장세는 더딘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잘 연계한다면 계속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접속하는 데다 사회적 관계까지 장악하고 있어, 메신저 기업은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데 아주 유리하다. 카카오톡의 경우 전체 사용자 수는 라인보다 현저하게 적지만, 한국 시장에서 지배적 메신저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카카오드라이버, 카카오헤어샵, 카카오은행 등 연계 서비스들을 계속 늘려가고 있다.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위챗(微信)의 O2O 서비스를 설명하는 개념도.

중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위챗(微信)의 O2O 서비스를 설명하는 개념도.

중국의 지배적 메신저인 위챗도 라인·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광고·간편결제·게임·각종 O2O 서비스들을 메신저에 연계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왓츠앱·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마찬가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페이스북은 2014년 왓츠앱을 190억 달러(약 21조원)에 인수했는데, 머지 않아 투자한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모바일 메신저가 대표적인 플랫폼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용자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서비스에 나도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일단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 압도적인 1위 업체가 되면, 후발주자들이 보다 뛰어난 기능과 여러 장점을 갖추고 도전을 하더라도 웬만하면 시장 지위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당장에 손해를 보더라도 핵심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경쟁자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광고 및 마케팅에 나서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언젠가 시장을 평정해 1위 업체가 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시장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승자독식’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사용자들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 플랫폼에서 이러한 ‘매개’라는 특성과 더불어 고려해야 할 중요한 특성이 바로 ‘기반’으로서의 역할이다. 현재 각국의 지배적 모바일 메신저들은 사용자들을 매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마치 운영체제처럼 기반으로서의 역할까지 수행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고 있다. 라인 플레이(한국에서는 밴드 아바타), 라인 카메라, 라인 그리팅 카드 등이 애플리케이션의 사례다. 외부 업체들도 게임 등을 개발하며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모바일 메신저 사업의 미래는 광고 수익의 확대와 더불어 내부 및 외부에서 개발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잘 연계하고 이를 통해 얼마나 많은 수익을 창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은 모바일 메신저뿐만 아니라 모든 플랫폼에 본질적으로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으로 우리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드론, 인공지능, 로봇,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등 거의 모든 차세대 시장에서 1위 플랫폼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제 기업들은 지배적 플랫폼이 되든가, 아니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 되든가, 그게 아니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에 도움이 되는 강력한 전문 기술을 확보하든가, 뭐 하나라도 해야 한다. 핵심이 아니면 생존조차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장(ryu@peopleware.kr)>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