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소장은 7월 20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선명성 경쟁을 하기 위한 기본소득 도입 논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기본소득이 실업과 불평등 문제의 해법으로 떠오르고 유행처럼 확산되는 조류에 반기를 든 것이다. 정의당은 최근 기본소득을 당 차원의 공약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조 소장은 “기본소득은 정책적으로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는 것이지만, 현재 기본소득이 모든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인 것처럼 인식되는 과정이 문제”라며 “지금의 당내 기본소득 논쟁은 구체적인 삶에서 출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조 소장은 기본소득이 유행하면서 기본소득에 해당하지 않는 정책들이 ‘부차적인 대안’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당장의 실업에 대한 대책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많은 일자리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막연히 공포를 갖기보다는 어떤 일자리가 언제 사라지고 어떻게 남을지 살펴봐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이미 자동화가 상당히 진행돼 더 자동화될 부분이 없다고 한다. 이런 산업들은 상당히 많고 그 결과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업자들에 대한 지원과 전직시스템 등의 마련이 중요한데, 당장 ‘실업자’를 위해 실업급여 제도를 개선하자고 하면 (구직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이유로 ‘선별적 복지’라고 공격받거나 검토대상에서 멀어진다.” 기본소득이라는 가장 급진적인 구호에만 매몰되면 실업수당과 아동수당 등 다양한 수당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현재 사회안전망의 여러 허점을 메우는 작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정의당의 경우 기본소득 담론은 ‘선명성 경쟁’을 위해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생애주기형 복지를 말하면서 복지 이슈를 선점했다. 더민주가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오니, 진보정당은 경제민주화보다 더 급진적인 정책을 들고 나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기본소득을 찾게 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여전히 한꺼번에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하는 강박이 느껴진다”며 “정의당은 체제 안에서 변화시키는 것을 지향하는 정당이다. 그렇다면 어떤 복지국가인지, 어떤 경제민주화인지 그 내용을 두고 싸워야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정당의 비전은 정치적 강박이 아닌 실제 삶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어린이 병원비 무상화, 노동자들이 사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노동이사제’ 도입, 고용보험 개선, 대학원생 처우 개선 등 정의당이 총선 때 걸었던 원래의 공약을 실현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이자 책임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조 소장은 4·13 총선에서 비례대표 6번 후보로 도전했으나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조 소장은 “선거 결과는 실력대로 받은 것”이라며 “약자가 불쌍해서 도와준다는 것이 아니라 약자들을 조직해 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본령인데, 총선 기간 청년들을 ‘불쌍한 존재’로 이미지화하는 데 그쳤다”고 평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원래 천천히 변화하는 체제”라며 “어떤 복지국가를 만들고 어떤 경제민주화를 이룰 것인지 내용을 두고 경쟁할 여지가 아직 많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