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테크 분야 후배 기자들과 술자리가 있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가다가 “한국 사회 구글 쓰리 ‘고’에 당하나”라고 말했다. 30대를 넘긴 남자 후배 기자 둘은 너무 재미난 이야기라며 웃었고, 20대의 기자는 “그게 뭔 소리예요!!!”라며 창피해 했다.
첫 번째 ‘고’는 한국 사회에서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알파고(AlphaGo). 구글이 인수한 영국 런던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딥마인드(Deepmind)사가 만든 인공지능 관련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이름이다.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4대 1로 승리를 거뒀다. 최근엔 농담 아닌 농담으로 이세돌 9단은 알파고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의 바둑 대결에서 한 판이라도 이긴 마지막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바둑 대결 이후 알파고는 또 진화했기 때문이다.

나이앤택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고’. / 아이앤택
그 알파고의 다음 도전과제는 무엇일까. 바로 실명(失明) 정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딥마인드는 7월 5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 런던 무어필드 안과병원과 협력해 실명의 원인이 되는 당뇨망막병증과 노인성 황반변성증 등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의학연구 프로젝트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실명할 가능성이 25배나 높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구글의 데이터센터에 적용해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데 알파고를 투입한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물리적인 기기인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와 이 기기들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한 장비들, 발전 시설들이 집합된 공간이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릴 정도이며, KT의 목동 데이터센터 규모로 만일 4개가 가동되면 인구 10만 도시의 1년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전기를 사용한다. 안정적인 전기 공급은 물론 전력 소모량 절감이 중요한 이유다. 구글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온도, 컴퓨팅 부담, 기압, 냉각팬 속도 등의 데이터를 5년간 분석해 냉각팬 가동 시간을 최적화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알파‘고’ 그 다음 투 ‘고’는 최근 누구나 들어봤을 포켓몬 ‘고’다. 7월 초 호주,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공개된 이 게임은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이라고 하면 집안에서 혹은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PC방에서 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나와야 한다.
1996년 나왔던 게임 포켓몬을 스마트폰과 증강현실, 위치기반서비스(LBS)와 결합시키면서 완전히 새로운 ‘체험’의 현장으로 많은 이들을 내몰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서비스를 개시하지도 않았던 이 게임이 갑자기 속초 지역에서 체험할 수 있게 되자 많은 이들이 속초를 찾았다.
포켓몬 ‘고’가 흥행을 하자 증강현실은 우리도 했었는데 왜 이런 걸 못 만들었을까라는 소리가 이곳 저곳에서 들린다. 알파고의 위력을 보고 화들짝 놀란 정부가 민간기업들과 함께 공동 연구하겠다며 부랴부랴 발표한 행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알파고도 그렇고 포켓몬스터 고도 그렇고 우리는 ‘결과’만 보고 매번 섣부른 대응책을 마련하길 반복한다. 인공지능은 30년간 암흑기였다. 딥마인드는 그 길을 가던 스타트업이었다. 포켓몬을 만들었던 닌텐도는 스마트폰을 대변되는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번 게임은 구글 사내벤처에서 시작해 2015년 분사한 나이언틱(Niantic)과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 회사에서 2012년 만든 위치기반 땅 따먹기 게임인 ‘인그레스(Ingress)’가 포켓몬 ‘고’의 전신이었을 정도로 적용 기술은 유사하다. 집에서만, 혹은 특정 공간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좀 나가서 즐기길 원했던 기획자들의 의도도 좋은 콘텐츠와 만나 이렇게 깜짝 놀랄 서비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아마 구글이 우리에게 내밀 쓰리 ‘고’ 또한 이런 과정과 고민의 산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쓰리고에 피박을 매번 동일한 방식으로 써야 할까. 그러나 저러나 다음 패는 뭘지 기대된다.
<도안구 테크수다 기자 eyeball@techsu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