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길에는 사연도 많은 법이다. 때로는 가슴 철렁하게 만들고, 또 때로는 안타까운 후일담들이 혀를 차게 한다. 뮤지컬에도 그런 오래된 골목길 ‘이야기들’로 꾸민 작품이 있다. 최근 우리말 공연을 시작한 화제작 <스위니토드>다.
영국 런던의 오랜 골목길인 플리트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무차별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이발사의 기막힌 사연과 그 시신를 가져다 고기파이를 만들어 팔았다는 파이가게 주인의 괴기담을 버무려놓았다.
꼬불꼬불 이어지는 옛 거리의 황당하지만 있었음직한 이야기들을 이리저리 엮어 놓은 별난 뮤지컬이다. 자극적인 것을 즐기는 요즘 세대의 도발적인 발상이라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이 작품은 1978년에 올려진 ‘고전 뮤지컬’ 중에서도 손꼽히는 명작이기 때문이다.

/ 오디뮤지컬컴퍼니
천재 작사가 겸 연출가로 유명한 스티븐 손드하임의 대표작으로, 충격적인 소재와 반전의 결말, 현대음악을 방불케 하는 불협화음 위로 수놓아지는 수려한 멜로디의 뮤지컬 넘버,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이미지 등으로 정평이 자자한 작품이다.
특히,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 ‘조앤나’. ‘런던 최악의 파이’ 등은 중독성 강한 이 뮤지컬의 명곡들인데, 처음에는 낯설다가도 몇 번만 반복해 들어보면 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다른 작품들보다 특히 공연장을 찾을 계획이라면 음반을 먼저 구해보길 권하게 된다. 아는 만큼 들리고, 들리는 만큼 즐기는 것은 손드하임의 작품에선 더욱 설득력 높은 감상법이다.
사실 국내에서는 무대용 뮤지컬보다 팀 버튼이 만든 뮤지컬 영화로 더 큰 인기를 누렸었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잘 묘사하는 연출가의 특성과 함께 조니 뎁, 헬레나 본햄 카터, 알란 릭맨 등 색깔있는 배우들의 이색적인 조화가 마니아 관객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일설에 의하면 별난 취향의 팀 버튼은 학창시절 때부터 이 뮤지컬의 영화화를 꿈꿔 왔다는데, 그래서인지 뮤지컬 영화에서는 장면 곳곳에서 무대와는 차별되는 독특한 취향과 열정을 발견할 수 있다. 덕분에 무대를 아는 사람들은 영화가 궁금해지고, 영화를 본 사람들은 원작이 궁금해지는 현대 문화산업의 흥행 공식을 여실히 담아낸 콘텐츠가 됐다. 국내 초연은 2년 전이었다. 뮤지컬 애호가들로부터는 큰 환호를 얻었지만, 손드하임의 작품답게 대중적인 흥행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그래도 이번 앙코르 공연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인상이다. 보다 적극적이고 화끈한 스타 마케팅과의 접목이 시도됐는데, 덕분에 조승우와 옥주현 등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블루칩 들이 총동원됐다. 특히, 조승우의 가세는 <지킬 앤 하이드>의 조지킬, <헤드윅>의 조그윅에 이어 조토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 흥미롭다. 그만큼 인기가 높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역시 작품 그 자체다. 특히, 뮤지컬 하면 으레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궁중무도회 장면이나 왕가의 음모, 귀족들의 사랑 이야기가 등장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적잖이 충격적인 별스런 무대라서 더욱 반갑다. 이야기를 쫓다보면 기괴한 줄거리 뒤에 담긴 현대사회와 자본주의 시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날선 풍자를 발견할 수 있다.
무더위를 잠시 잊을 피서용 콘텐츠로도 제격일 것 같으니 꼭 경험해보길 바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