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
오찬호 지음·동양북스·1만4500원
강남역 10번 출구의 추모 분위기는 전례 없는 분노의 표출이었다. 그러나 추모에도 성차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사회학 연구자인 지은이는 자신의 친구를 사례로 들어 설명한다. ‘지켜주지 못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메모로 추모의 마음을 전달한 친구 또한 ‘여성혐오’의 원인 제공자라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지켜주는’ 강자이고 여자는 남자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약자”라는 친구의 생각은 “인간을 향한 폭력 자체에 엄중한 죄를 묻는 게” 아니라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이라는 이분법으로 여전히 문제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잘못됐다.
지은이는 이러한 사고를 “일종의 시한폭탄이 내장”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시한폭탄은 두 차례에 걸쳐 폭발한다. 1차 폭발은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남성이 자신이 상상했던 ‘강한’ 남자가 되지 못하면서 발생한다. 2차 폭발은 남자에 비해 약자인 줄 알았던 여자가 남자들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은이는 여성혐오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여성혐오는 사람이 남자답지 못해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이상한 ‘남자다움’을 맹목적으로 강요받았던 누군가가 ‘여자다움’에 길들여져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불만을 느껴 ‘인간다움’을 넘어선 행동을 했음을 말한다.”
책은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상식처럼 통용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더 이상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이 쓰이는 사회가 아니라 ‘인간답게’라는 말이 기준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대, 학교 교육, 남성 생계부양자 모델은 ‘남자답게’와 ‘여자답게’라는 이분법을 끊임없이 강화시킨다.
“남자답게, 여자답게라는 말만 부유하는 곳에서는 ‘일그러진’ 인간들만이 활보한다…. 성희롱인지도 모르면서 말하고 행동하는 ‘남자다운’ 남자들과 알면서도 모른 척해야 하는 ‘여자다운’ 여자들, 그리고 이 문제가 드러나도 애써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곳은 전혀 ‘인간다운’ 세상이 아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