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윤중 기자
지난 5일 울산 동구 인근 해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다.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5번째로 규모가 큰 지진이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울산·기장에 원전이 밀집해 있어 아찔한 상상을 하기에 충분했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도시부동산학과)도 간담이 서늘해진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2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리는 핵발전소 안전대책포럼에서 ‘핵발전소 위험과 국민주권’이라는 주제로 기조발제를 한다. 이 교수는 2011년 결성된 탈핵교수모임의 일원이다.
이 교수는 “핵발전소는 문제가 터지면 국경과 세대를 초월해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핵발전소의 설치와 관련해 핵폐기장의 입지를 제외하고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면서 “국민주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 운영은 산업자원부가 담당하며, 원자력 관련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진흥위원회가 담당한다. IAEA의 원자력 ‘진흥’과 ‘안전감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분리하라는 권고에 따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생겼지만 행정부(대통령) 산하 기구인 데다 폐쇄적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져 있다. 최근 원안위의 심사를 거쳐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신규 건설이 결정됐다.
이 교수는 원자력 관련 이슈를 신규 원전 승인 및 건설, 원전의 운영 및 감시, 해체 및 폐기, 재난 대처 네 가지로 나누고, 행정부 외에 입법부·지방정부·사법부·시민사회가 4단계에 모두 개입하도록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는 해외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 “독일의 경우 ‘4개의 눈’이라는 원칙이 있어, 지방정부가 원전 설립을 허가할 때, 원전 사업자와 하청업체가 계약할 때 ‘독립된 전문기관’이 별도로 이 과정을 감시하도록 돼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의회에 과학기술 선택평가국을 두고 핵 관련 이슈에 대해 총괄적 보고를 받구요.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한국 원안위와 외형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대통령이 연방 상원의회 승인을 받아 위원들을 임명하고, 연방의회가 NRC 내부 감사기구의 예산을 편성하는 등 독립적 활동을 보장합니다. 스웨덴은 환경재판소가 인·허가에 개입하며, 일본은 지방자치단체에 승인 권한이 있습니다.” 행정부가 모든 과정을 독점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탈핵교수모임은 20대 국회 출범을 맞아 국회 내 원전안전감시기구를 두는 방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4년 1월 해직됐다. 수원대가 교비를 전용해 이인수 총장의 사돈 일가가 운영하는 TV조선에 50억원을 투자하는 등 학내비리를 고발한 교직원 6명이 함께 해직·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이 교수는 1·2심 모두 법정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지만 실적미달을 이유로 최근 또다시 재임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 교수는 “해직된 이후 자유로워져서 사회활동을 더 열심히 하게 됐다. 법원 판결로 체불임금도 지급받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학교는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운영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설립자 일가의 목소리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낙관했다. 다만 해결을 위해서는 “폐쇄적 사학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학 문제든, 원자력 안전 문제든 조직이 ‘공공성·개방성’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고, 구성원의 ‘주권’이 실현되느냐 여부가 핵심인 셈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