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소년의 곤경 극복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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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탐색]가난한 소년의 곤경 극복 성장기

그림 동화 남자 심리 읽기
오이겐 드레버만 지음 김태희 옮김·교양인·2만8000원

가난은 대부분의 인간에게 가혹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마음껏 웃고 울고 뛰놀며 성장하려는 것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욕구다. 그러나 가난은 이러한 욕구를 허용하지 않는다. 극심한 가난 속에서 부모는 때때로 아이들을 밀어낸다. 심리학자인 지은이는 이때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고 말한다. “가난한 집에서 자라는 아이에게 가난은 자신이 귀찮은 존재이고 심지어 견딜 수 없이 귀찮은 존재라고 느끼게 한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결핍된 세상에 떨어진 것은 자기 자신을 결함 있고 잘못된 존재, 즉 ‘죄 있는 존재’로 끊임없이 느끼게 만든다.”

이 책은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텔>을 소년의 심리적인 성장이라는 틀로 분석한다. 가난을 배경으로 버려진 한 소년이 결핍과 불안, 곤경을 극복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이다. 부모가 자신과 누이동생을 유기하려는 계획을 모두 엿들은 헨젤은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두 번째 버려진 날에도 헨젤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려 한다. 지은이는 이를 유아적 의존 욕구와 귀환 강박으로 설명한다. “‘버림 받을 것’이라는 불안이 커질수록 아이는 최후의 ‘환상적’ 기대에 더욱 절박하게 매달린다.” 이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이기도 하다. “심리치료를 하다 보면 자주 놀라게 되는데, 많은 사람이 아무리 거부당하고 실망하고 심지어 질책까지 받더라도 끈질기게, 얼핏 보기에 막무가내일 정도로 도움과 이해와 애정을 갈구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곤경을 극복한 헨젤은 마녀를 죽이고 마녀의 집에서 진주와 보석을 찾아 집으로 돌아온다. 이 진주와 보석은 물질 그 자체라기보다는 인간성의 성숙에 대한 은유다. “마지막에 아버지 집에서 펼쳐지는 장면에서처럼, 그들은 헤아릴 수 없이 귀중한 어떤 것을 너그럽게 주위에 흩뿌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한다.”

이 책은 <헨젤과 그레텔> 외에 그림 형제의 동화 네 편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조화롭고 독립된 인격으로 성장하기 위해 남자가 거쳐야 하는 정신의 모험이라는 시각으로 분석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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