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경제를 이끄는 프런티어 기업들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것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기여한 것은 많다. 이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베이 에어리어)의 배경과 역사를 생각해 보면 이 부분을 이해하기 쉽다. 캘리포니아주가 하나의 국가라고 한다면, GDP 규모로 봤을 때 독일보다는 작고 프랑스와는 비슷하다. 그 중에서도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은 19세기 중반부터 적어도 북부 캘리포니아 경제의 중심지였다. 경제적으로야 잘 알려진 것으로는 19세기 말의 골드 러시와 최근의 실리콘밸리 붐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미식축구팀의 포티나이너스(49ers)라는 이름도 당시 서부 개척민을 포티나이너스라고 부르던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위치한 사우스 베이 지역을 가리킨다. 이곳에 애플, 페이스북, 구글이 있다. 샌프란시스코시 내에는 우버, 에어비앤비, 트위터, 스퀘어 등이 있고, 샌프란시스코 동쪽 이스트베이의 오클랜드에는 미국 최대의 인터넷 라디오 회사인 판도라가 있으며, 최근 우버가 크게 신사옥을 짓고 있다. 같은 이스트 베이의 버클리 근방 에머리빌에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 하나인 픽사 스튜디오가 있다.
이렇게 베이 에어리어가 지난 150년 가까이 미국 경제의 프런티어 역할을 맡아올 수 있었던 건 프런티어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의 반열로 올라선 UC버클리와 스탠퍼드가 있기 때문이다. 버클리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공립대학이라면, 스탠퍼드는 하버드와 견줄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사립대학 중 하나이다. 특별히 두 대학은 공학부터 인문학까지 전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학교들이다. 역대 버클리 교수진 중 노벨상 수상자만 29명이며, 현직 교수진 중에도 7명이 노벨상 수상자다.

베이 에어리어가 지난 150년 가까이 미국 경제의 프런티어 역할을 맡아올 수 있었던 것은 프런티어 대학에서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의 반열로 올라선 UC버클리와 스탠퍼드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UC버클리 대학 캠퍼스 전경. / 경향신문 자료사진
먼저, 이 두 대학의 설립 자체가 베이 에어리어의 역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UC버클리는 19세기 중반에 골드 러시를 통해서 자본을 축적한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서부 개척을 위해 몰려든 이주민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설립한 학교다. 그러나 이 대학의 설립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연방정부의 역할이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산은 미 합중국 유지와 노예해방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 중인 1862년에 모릴 법안(Morrill Act)을 통과시킨다. 이 법안을 통해서 각 주는 자기 주의 인구수에 비례해서 고등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위한 땅을 연방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게 됐다. 캘리포니아주는 이 법안을 통해서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현재의 버클리 힐의 막대한 부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스탠퍼드는 미국이 19세기 말에 동·서부를 연결하는 대륙 횡단 철도를 지을 때(1864~1869) 서쪽 부분을 담당했던 센트럴 퍼시픽 레일로드 회사의 회장이다. 그는 이렇게 번 돈으로 아내 제인과 함께 1885년 스탠퍼드 대학을 건립했다. 미국 의회가 이 막대한 인프라 건설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까지 이 야심찬 사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같은 맥락에서, 이후 두 대학이 각각 냉전 시기를 거치면서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성장하는 데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배니바 부시의 의견을 받아들여 미국국가과학재단(National Science Foundation)을 설립하고, UC버클리·스탠퍼드 등 미국의 거점 대학을 중심으로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다는 것을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애플, 페이스북, 구글을 정부가 만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자라난 땅은, 인력은, 인프라는 연방정부와 의회의 장기적 안목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다.
<김재연 UC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