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퍼진 이탈리아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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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전 세계로 퍼진 이탈리아의 맛

맛의 천재
알레산드르 마르초 마뇨 지음 윤병언 옮김·책세상·2만3000원

‘피자’라는 이름이 문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서기 997년이다. 공작 마리노 2세가 메르코와 파사나 부부와 체결한 임대계약서에서다. 부부로부터 방앗간을 빌린 공작은 일정량의 곡식으로 임대료를 지불해야 했다. 피자도 임대료의 일부였다. “더불어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당신과 당신의 자손들은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임대료로 피자 열두 판과 돼지고기의 어깨살 및 콩팥을 지불해야 하고, 부활절에도 이와 비슷하게 피자 열두 판과 닭 몇 마리를 지불해야 한다.”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도 피자의 기원으로 추정되는 음식을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의 기록에 나오는 ‘포카차’를 ‘피자’의 기원으로 추측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음식을 준비했고, 통보리로 만든 커다란 포카차를 마치 테이블이라도 되는 양 잔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그 잡곡으로 만든 둥그런 접시 위에 과일과 음식을 듬뿍 올렸다.”

통보리로 만든 접시로 등장한 납작한 빵은 현대에 와서 ‘피자헛’과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변천해 세계 구석구석까지 진출했다.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은 해외에서 원조 이탈리아 음식보다 훨씬 더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식 이탈리아 음식이 이탈리아에는 착륙하지 못했다. “반쯤은 공산품에 가까운 피자가 본고장에서 장인들이 만드는 오리지널 피자와의 경쟁에서 이길 턱이 없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인들에게는 “그것은 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이탈리아, 맛의 역사를 쓰다’이다. 스파게티와 마카로니, 돼지 넓적다리 요리인 프로슈토, 발사믹 식초, 모짜렐라 치즈 등 이제는 한국의 식문화에도 깊숙하게 자리잡은 이탈리아 음식들의 기원과 변천사, 그리고 성공 스토리를 담았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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