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회사가 공유경제와 손잡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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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분기에 비해 15%나 줄어들었다. 5년간 최저치다. 물론 실적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영업이익은 떨어져도 매출은 올랐을 수도 있고, 신차 출시가 다음 분기에 예정되어 있다면 분위기는 반등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수 시장의 인구가 줄어들면서 확연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고, 이를 상쇄해 줄 신흥국 시장도 생각처럼 받쳐주지 않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는 비단 한국의 자동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말 도요타자동차는 우버와 전격 제휴했다고 발표했다. 흥미로운 것은 도요타의 할부금융 자회사 및 관련 펀드에서 우버에 투자를 한다는 점인데, 우버 운전사에게 도요타 차를 리스하자는 것이라 한다.

상용차 업체가 소위 ‘공유’ 경제 업체와 손을 잡다니, 세간에서는 우버와 같은 ‘공유’ 경제가 자동차를 ‘소비’하는 일에 방해가 되리라 생각했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나 보다. 아니, 정확히는 자동차 업체들은 들이닥칠 미래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이에 대비한 한 수일 수도 있다. 마치 마차 회사가 자동차의 미래를 봐 버린 것처럼.

5월 24일 도요타는 자동차 공유기업인 우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 AP연합뉴스

5월 24일 도요타는 자동차 공유기업인 우버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우버 본사. / AP연합뉴스

그 근미래의 풍경에서는 자가용과 택시 대신 운전사 없는 인공지능 택시가 도로에서 더 많이 보일 것이다. 도어 투 도어로 이용할 수 있고, 분위기에 따라 차종도 고를 수 있다. 택시니까 주차도 필요 없고, 당연히 보험료도 면허도 대리기사도 필요 없다. 터치 한 번으로 내 차처럼 쓸 수 있는 차가 대령된다. 연료비가 싼 전기차인 데다가 가장 큰 비용인 기사 인건비가 없으니 사용료는 지금 택시보다 저렴해진다.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미래를 목격한 이는 도요타뿐만이 아니다. GM은 우버의 경쟁사 리프트(Lyft)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안으로 GM의 전기차 볼트로 ‘무인’ 택시를 시운전할 예정이다. GM은 자동운전 기술을 지닌 크루즈 오토메이션사를 1조원을 주고 사들였다. 테슬라와 구글이 미래 자동차 시장에 준 쇼크가 크긴 컸다. 5월은 자동차업계의 조바심이 두드러진 달. 폴크스바겐은 이스라엘의 유사 우버 서비스 겟(Gett)에 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다.

자동차업계의 리더들이 너도나도 우버 등등에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를 살 만한 사람은 다 샀고, 안 산 사람도 이제는 자동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 시대. 자동차를 사줄 사람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발상이 하나 있다. 우버 운전사를 늘리면 된다. 전 국민이 우버 운전사가 되면 시장은 커질 수 있다. 코미디 같지만 진지하다.

앞으로는 직접 기사가 되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된다. 운전은 기계가 대신한다. 수익형 오피스텔 하나 분양받듯이, 가욋돈 좀 충당해 보고자 밤에 대리기사 뛰듯이, 수익형 자동운전차 하나 마련해서 일을 시키는 것이다.

그런 미래가 오면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 자동차를 다시 살지도 모른다. 도요타도 GM도 폴크스바겐도 아마 그런 미래를 본 듯싶다. 이제 궁금한 것은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상황과 생각이다. 전통적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준비도 저변도 취약한 한국 산업, 지금 기로에 서 있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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