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으로의 인공지능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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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중파, 신문 등 각종 미디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알파고로 인해 꽤 뒤늦은 각성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디어에서는 주로 인공지능의 활용 사례나 전망 등을 다루고 있는데, 인공지능의 핵심적인 기술이자 비즈니스 모델인 ‘플랫폼으로서의 인공지능’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기반형 플랫폼으로서의 인공지능에 주목해야 한다. 기반형 플랫폼이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 환경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의미한다. 즉, 단지 단위 기능이 아니라 ‘플랫폼으로서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인공지능 기능을 얼마나 탁월하고 신속하고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현 시점에서 가장 완성도와 인지도가 높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IBM의 왓슨(Watson)을 꼽을 수 있다. IBM은 2011년 헬스케어 산업용으로 왓슨을 상업화하고, 2012년부터는 금융을 비롯한 모든 산업에서 왓슨을 활용할 수 있도록 본격적으로 플랫폼화를 한 상태다.

IBM과 힐튼 호텔이 함께 만든 왓슨 기반의 호텔 컨시어지 코니(Connie).

IBM과 힐튼 호텔이 함께 만든 왓슨 기반의 호텔 컨시어지 코니(Connie).

현재 IBM은 왓슨 개발자 클라우드를 통해 다양한 왓슨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필요한 모든 개발 환경을 클라우드 상에서 제공하기 때문에 개발자라면 누구든지 손쉽게 왓슨을 이용해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IBM의 강력한 경쟁상대는 구글이다. 구글은 IBM보다 뒤늦게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들었지만, 알파고의 개발사로 잘 알려진 딥마인드(DeepMind Technologies)를 2014년 1월 6억2500만 달러에 인수하고, 2014년에만 젯팩(Jetpac), 다크블루랩스(Dark Blue Labs), 비전팩토리(Vision Factory) 등의 인공지능 기술을 가진 여러 전문업체들을 인수하는 등 투자에 적극 나서면서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러한 구글의 인공지능 경쟁력은 전문업체들의 인수·합병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프라 보유 및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2015년 11월 구글은 머신러닝을 위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텐서플로(TensorFlow)를 공개했다. 이를 이용하면 데스크톱, 서버, 모바일 기기에서 이용 가능한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도 텐서플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웹브라우저 기반 시뮬레이터도 제공하고 있다. 그 외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이 인공지능 플랫폼에 적극 투자를 하고 있으며, 중국 기업 바이두(Baidu)도 2016년 1월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사의 인공지능 연구소를 통해 인공지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공개한 상태다. 삼성전자도 2015년 11월 인공지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벨레스(Veles)를 공개했다. 벨레스는 러시아에 있는 삼성의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이다.

인공지능 플랫폼과 관련된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건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그건 기본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는 해당 플랫폼에 기반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다. 해당 플랫폼에 충실한 외부 개발자들을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하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기반형 플랫폼으로서의 인공지능은 안드로이드, iOS 등과 같은 운영체제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역할을 한다. 즉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을 확보하고 이를 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할수록 강력한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다른 플랫폼들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날이 오면 시장에서는 2~3개의 인공지능 플랫폼만 유의미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의 얘기다.

<류한석 류한석기술문화연구소 소장(ryu@peoplew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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