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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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인류의 다양한 풍경을 담은 강

강의 이야기를 듣다
신진철 지음·글항아리·1만7000원

신화와 역사, 예술을 넘나들며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유서 깊은 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개발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혀 파헤쳐진 강이 아닌, 인간 삶의 다양한 풍경을 간직한 강의 이야기다. 지은이는 15년 넘게 시민단체에서 하천 살리기 운동을 해온 환경운동가다.

강에 대한 이미지는 다양하다. 첫 번째는 풍요다. 그리스의 철학자 헤로도토스는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나일강이 범람하고 난 때마다 물속도 물밖도 온갖 생물로 가득찼다. 사막 한가운데에 나일강의 범람이 만든 기름진 토양이 자리했다. 보리와 옥수수, 포도, 수박, 대추야자 같은 작물을 길러냈다. 정화·치유도 강이 갖는 이미지다. 예수가 요르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은 일은 기독교에서 큰 사건이다. 예수의 생애에서 개인의 삶이 끝나고 구원자로서의 삶이 시작되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세례를 받았다는 요르단강 유역의 베다니아는 기독교인의 성지로 여겨진다.

한편 힌두교도들에게는 갠지스강이 성지다. 힌두교도들은 갠지스 강물에 몸을 담그면 모든 죄를 씻을 수 있고 고달픈 윤회의 사슬에서 풀려나 해탈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강에는 경계의 이미지도 있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강이 있었다. 오르페우스가 아내 에우리디케를 찾아 저승으로 넘어갈 때는 아케론강, 코기토스강, 플레게톤강, 레테강, 스틱스강을 건너야 했다. 신화가 아닌 역사에서도 강은 경계의 역할을 했다. “루비콘강을 건너다”라는 말은 돌이킬 수 없다는 뜻으로 오늘날에도 많이 쓰인다. 카이사르는 군대를 해산하고 로마로 복귀하라는 원로원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장을 풀지 않은 채 루비콘강을 건넜다. 경계를 넘은 그는 황제가 됐다.

책은 신화와 역사 속의 강의 모습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 한국의 강의 모습도 살핀다. ‘녹조 라떼’로 뒤덮인 4대강을 보면서 강과 인간이 새롭게 관계 맺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채만식의 <탁류>에 담긴 금강의 모습과 김정한의 <모래톱 이야기>에 담긴 낙동강의 모습은 한국인의 삶과 강이 어떻게 깊이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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