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맨>-공연에 의료를 더한 ‘퍼플오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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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때론 기적을 바란다. 도무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일어나 지긋지긋한 내 삶을 바꾸어주기를 갈망한다. 371만분의 1이라는 로또를 찾고,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종교를 찾고, 의사나 변호사를 사칭한 상대에게 사기를 당하는 것은 그래서인지 모른다.

<어벤져스>의 ‘헐크’ 마크 러팔로가 감독이 됐다. 마크 러팔로 감독의 <미라클맨>은 몰락한 DJ에게 어느 날 주어진 기적에 대한 이야기다. 딘은 한때 ‘딜리셔스 D’라 불리며 잘나갔던 DJ다. 하지만 사고로 휠체어에 앉게 되면서 노숙자로 전락한다. 무료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받고 살지만 언젠가 DJ로서 재기할 꿈을 꾼다. 어느 날 딘은 자신이 아픈 사람의 병을 감쪽같이 낫게 만드는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알츠하이머도, 통풍도, 색소성망막염도 그의 손을 거치면 치유가 된다. 자신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돈이 된다는 것을 알자 딘은 자신을 돌봐주던 조 신부를 떠난다. 딘은 ‘번트 더 디프송’ 밴드와 함께 록그룹 ‘힐라팔루자’를 결성해 투어에 들어간다. 병을 낫게 한다는 기묘한 쇼에 팬들이 몰리고 수백 달러의 티켓이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

[영화 속 경제]<미라클맨>-공연에 의료를 더한 ‘퍼플오션 전략’

힐라팔루자는 광적인 록 공연 중에 아픈 환자를 치유해준다. 종교부흥회에서 목사의 손에 닿은 환우들이 기적처럼 일어서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힐라팔루자가 광풍적인 인기를 몰자 교회와 의료계가 반발한다. 사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힐라팔루자를 ‘새 교회’라 부르며 열광하고, 딘을 ‘신’으로 따른다. 밴드의 리더인 스테인은 “우리가 죽어가는 록음악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며 환호한다.

록음악은 경쟁이 치열하다. 밴드 ‘번트 더 디프송’은 록 자체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기적의 치유 능력을 일으키는 딘을 영입하니 달라졌다. 팬들은 열광적으로 힐라팔루자에 매달린다. 경영학적으로 보자면 힐라팔루자는 엔터테인먼트와 의료를 접목시킨 뮤지션그룹이다. 음악계는 이미 포화상태가 돼 록뮤지션은 진입하기 어려운 ‘레드오션’이다. 이들은 여기에 ‘의료’를 접목시켜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이른바 ‘퍼플오션 전략’이다.

레드오션이란 경쟁자들로부터 시장을 빼앗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성숙된 시장을 말한다. 블루오션은 광범위한 성장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미개척시장을 말한다. 치열한 경쟁시장인 레드오션과 경쟁자가 없는 블루오션을 합친 시장이 퍼블오션이다. 즉 기존의 레드오션 시장에서 기발할 발상으로 새 상품을 내놔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이다. 레드(빨강)와 블루(파랑)를 섞으면 퍼플(보라)이 나온다는 의미로 ‘퍼플오션’이란 명칭이 붙었다.

포화상태로 틈이 없어 보이는 레드오션 시장에서도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적용해 성공하면 새 시장이 만들어질 수 있다. 최근 출시된 바나나맛 초코파이, 굵은 면발을 내세운 짜왕, 달콤한 감자칩인 허니버터칩은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을 찾은 ‘퍼플오션’의 사례로 종종 거론된다. 퍼플오션의 대표적인 전략으로는 원소스 멀티유즈(One-source Multi-use)를 든다.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막,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인데, 한 장르에서 성공하면 그 후광효과를 앞세워 레드오션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힐라팔루자는 록시장에 의료를 합쳐서 새 시장을 만들었다. 광적인 음악과 치유라는 기적은 공연의 열기를 극대화시키는 절묘한 조합이 됐다. 힐라팔루자가 성공을 거듭하자 방송은 “이 밴드의 팬들은 단순히 음악을 넘어 슈퍼스타의 손길이 닿는 믿을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본연의 가치에 ‘플러스 알파’를 더해 경쟁에서 승리하는 전략, 그것이 퍼플오션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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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오늘을 생각한다
전 총리 한덕수씨에게 드리는 질문
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통상의 요직을 두루 거쳐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내고, 윤석열 정부에서 다시 국무총리를 지냈으며,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다 21대 대통령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사퇴해 공직에서 물러난 자연인 한덕수씨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을 묻는다. 2007년 첫 총리 지명 당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한 ‘2002~2003년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재직 시절 외환은행 매각 사태(론스타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사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첫 총리직과 주미대사를 역임하고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12년부터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직하며 받은 급여 19억5000만원과 퇴직금 4억원, 2017년부터 5년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18억원, 2021년 3월부터 1년간 에스오일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받은 보수 8000만원 등 퇴직 전관 자격으로 총합 42억3000만원의 재산을 불린 일에 문제가 없다는 인식은 지금도 그대로인가? 이처럼 전관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다 다시 윤석열 정부의 총리 제안을 수락해 공직으로 복귀한 것 역시 관료로서 부적절한 처신이 아니냐는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