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음식연구원 박종숙 원장… 썩은 메주에 소금물 부은 게 전통 장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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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제조방식,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위생이 전제되어야 해요. 장 담그는 현장에 다니면서 가장 속상한 게 위생적이지 못하다는 거예요. 된장, 고추장, 간장은 우리 밥상의 기본이잖아요? 발효를 위해서 위생을 양보하는 건 어불성설이에요. 위생이 우선되지 않으면 발효도 어려워요. 썩은 동아줄에 메주를 매달고, 메주가 가장 싫어하는 환경인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말리고…. 제대로 못 말려서 메주가 다 썩었는데, 거기에 소금물만 부으면 건강에 좋은 간장, 된장이 만들어지겠어요? 더 이상 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늘과 바람과 볕에만 맡길 수는 없어요.”

전통음식연구가 박종숙씨는 ‘쉽게, 청결하게, 과학적으로’를 강조한다. 된장, 간장, 고추장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손맛보다 위생과 계량이라는 걸 칠판 가득 수학 공식을 써가며 설명하는 사람이다. 한국 어머니들 손맛의 계량화된 레시피를 만들어서 대중에게 알리고 있는 그가 전해주는 전통 장 이야기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깬다. 간장, 고추장, 된장과 함께 하는 박종숙의 전통음식 스토리텔링을 들어보았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경기음식연구원 옥상에서 장을 뜨고 있는 박종숙 원장./박상미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경기음식연구원 옥상에서 장을 뜨고 있는 박종숙 원장./박상미

전통 한국음식 맛의 비법은 어머니의 손맛이라고 하잖아요. 요리전문 방송을 보고 따라 해봐도 맛이 안 나요. “역시 나는 손맛이 없어!”라고 매번 좌절해요.(웃음)
“지난 2월, 일본 쇼도시마 전통간장 마을에 간장 장인을 만나러 갔어요. 우리나라 순창 전통장 마을 같은 곳이죠. 거기서 발간한 책을 보았는데, 일본 전통장의 정확한 염도와 아미노산가가 소수점까지 나와 있고, 정확한 계량이 나와 있었어요. 책을 보면서 누구나 전통장을 손수 만들 수 있도록 말이죠. 우리가 전통장을 비롯한 전통음식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위생과 계량이에요. 어머니의 손맛을 전수받으려면, 어머니의 계량화된 레시피를 반드시 작성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 미각은 점점 변하게 돼요. 어머니들도, 나도 그럴 거예요. 그러므로 맛을 잘 느낄 수 있을 때 레시피를 계량화해서 작성해 두어야죠. ‘메주가 잠길 정도로’, ‘소금 한 움큼’과 같은 추상적인 레시피는 젊은 주부들이 장 만들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레시피지요. 오랜 경험으로 몸에 익은 손맛을 가진 사람은 몇 명 없어요. 정확한 계량을 배워서 장을 담그면 한결같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장뿐만 아니라, 한식 전반에 대한 계량화를 강조하시더군요.
“계량은 맛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니까요. 제대로 된 계량을 하지 않고 달걀을 동동 띄워 눈대중으로 가늠하여 소금물의 농도를 짐작하는 방법을 쓴다든지 하면 오차는 예상보다 큽니다. 우리 음식을 만들고 배우고 전수하는 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리법의 계량화예요.”

‘잘 뜬 메주는 간장이 맛있고, 덜 뜬 메주는 된장이 맛있다’는 말을 하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된장의 시작과 끝은 메주! 메주가 핵심입니다. 메주를 만들고 발효시키는 것은 온도와 습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해마다 전국의 장 만드는 현장을 다녀 보면 과발효로 썩어버린 메주, 덜 뜬 메주를 많이 만나게 돼요. ‘된장을 맛있게 하려고 덜 띄웠다’는 말들을 하지만 잘 뜬 청국장일수록 고약한 냄새가 안 나는 것처럼, 메주도 잘 뜨면 코를 찌르는 암모니아 냄새 같은 고약한 냄새가 안 나요.”

도시에 살면서 젊은 주부가 장을 직접 담근다는 건 마음먹기도 힘든 일인데요, 장 담그는 계량화된 레시피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요.
“손맛은 과학입니다. 정확한 레시피만 있으면 누구나 집에서 만들 수 있어요. 연세 높으신 분들은 손대중으로 해도 간이 딱 맞아요. 하지만 그분들의 손맛은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몸에 체득된 거죠. 손이 계량저울인 셈이고요. 그건 장인의 경지예요. 그분들이 장을 담글 때마다 그것을 측정하고 기록한 ‘공식’대로 하면 누가 어디서 장을 담가도 같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계량을 할 때는 리터 또는 말(斗)이 아닌 무게(㎏)로 측정해야 합니다. 물은 1ℓ는 항상 1㎏이지만, 장의 재료인 콩이나 소금은 무게와 부피의 차이가 있어요. 장 담글 때 쓰는 메주도 무게를 재서 사용해야 합니다. 메주는 말리면 무게가 달라집니다. 메주를 쑤기 전 콩의 무게를 기준으로 하는 게 좋아요.”

아파트에 사는 젊은 주부들이 집에서 메주를 만드는 게 가능한가요.
“좋은 콩을 깨끗이 씻어 삶은 후 뜸을 잘 들이면, 메주를 만드는 건 쉬워요. 레시피대로 하면 됩니다. 어떻게 잘 말리느냐가 장맛을 결정하는데요, 발효를 하는 데 가장 큰 적은 고온다습한 환경이에요. 잘 말리지 않으면 메주는 썩어요. 썩어서 몸에 나쁜 곰팡이가 잔뜩 피고 냄새 나는 걸 좋은 메주, 정통 메주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가정에서 장을 담그고 싶다면, 한꺼번에 콩을 한 말씩 삶아서 메주를 만들지 말고 하루에 콩 1㎏을 삶아서 메주 한 장씩만 만들어 보세요. 썩기 전에 얼른 잘 말려야 하는데, 잘 말리기 어려우면 가정용 건조기에 말려도 됩니다. 이렇게 몇 장을 만들고 나면 자신감이 생겨서 잘할 수 있답니다.”

메주가 완성되면 소금물을 만들어 부어야죠? 염도를 맞추는 게 참 어렵습니다.
“잘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시키면, 콩 단백질이 분해되어 맛있는 아미노산을 만들어내요. 이때 메주 담글 소금물 염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보통 ‘소금물에 달걀을 띄워 달걀이 100원이나 500원짜리 동전만큼 물 위로 떠오르면 적당한 염도’라고 가르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추상적인 방식은 정확한 계량의 척도로 사용하기 어려워요. 메주를 잘 띄웠다면 일반 가정에서 장이 상하지 않게 담글 수 있는 최저 염도는 15%입니다.”

소금물 염도 15%를 맞추는 비결은요.
“천일염 1㎏을 준비하고, 물 5ℓ의 비율로 섞어요. 그럼 염도가 16.66%가 돼요. 이때 3년 묵은 천일염은 간수가 잘 빠져 자체 염도가 85~90%쯤 되거든요? 그러니까 대략 15% 염도가 나오지요.”

경기음식연구원 200여개 항아리에서 어육장(사진 위쪽)과 간장(사진 아래쪽)이 익어가고 있다. / 박상미

경기음식연구원 200여개 항아리에서 어육장(사진 위쪽)과 간장(사진 아래쪽)이 익어가고 있다. / 박상미

물의 양은 메주의 몇 배를 준비할까요.
“일반적으로 콩 한 말은 7.2㎏을 말합니다. 7㎏의 콩으로 만든 메주는 잘 말릴 경우 5~5.5㎏ 정도 무게가 나와요. 맛있는 간장이 되려면, 콩 대비 3배의 소금물이 필요해요. 21ℓ 정도의 소금물을 준비하면 됩니다.”

항아리는 어떤 것을 준비할까요? 오래되고 큰 항아리에서 발효된 장이 맛있을 것 같아요.
“항아리 안을 구석구석 손으로 닦아낼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은 위생을 유지할 수 없으니까 좋은 용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옛날 항아리라고 좋은 건 아니에요. 무슨 용도로 썼던 항아리인지 역사가 기록되어 있지 않다면 그런 항아리에 장을 되도록 담그지 마세요. 너무 큰 항아리에 소금물을 가득 채우지 않고 빈 공간이 생기면, 그 안에서 공기가 잘 돌지 못해서 유해한 곰팡이가 필 확률이 높아요. 가정에서 콩 한 말의 메주로 간장과 된장을 만든다면, 항아리 용량은 대략 25~27ℓ가 적당해요.”

항아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위생적인 장을 만드는 데 중요하지요.
“천연 유약을 바른 항아리를 구입하는 게 좋아요. 항아리의 안팎을 깨끗이 씻고 약한 가스 불에 거꾸로 올려놓은 다음, 한 시간 정도 두세요. 항아리 밑바닥이 따끈따끈할 때까지 달궈서 소독하는 겁니다. 하지만 항아리가 크면 이 방법은 힘들어요. 항아리 바닥에 꿀을 한 숟가락 듬뿍 넣은 다음, 뜨겁게 달군 숯을 넣고 뚜껑을 덮어요. 꿀이 타면서 내는 연기로 소독이 된답니다. 옛 어른들은 불을 붙인 짚으로 항아리 속을 휘젓기도 했습니다. 잘 소독한 항아리에 소금물과 메주를 넣고, 달군 숯과 대추·마른 고추·깨 등을 넣습니다. 붉은 고추와 대추를 넣는 것은 붉은 색이 귀신을 쫓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장이 고소해지기 때문입니다. 담근 후 바로 공기가 잘 통하는 유리뚜껑을 덮습니다. 그 후에 담근 시기에 따라 40~60일 동안 숙성시키면 됩니다.”

선생님이 만든 된장, 고추장은 덜 짠 대신 단맛이 나요.
“7㎏의 콩으로 쑨 메주로 장을 담갔다면, 된장은 15㎏ 정도 뜰 수 있어요. 속일 수 없는 이치예요. 염도 15%의 소금물과 메주 7㎏으로 담근 된장의 염도는 10~12%쯤 됩니다. 전통된장 치고는 염도가 꽤 낮죠. 흔히 메주를 담그는 소금물이 너무 싱거우면 구더기가 생기거나 쉬어서 맛이 변하기 쉽다고 해요. 그러나 파리가 알을 까지 않으면 절대 구더기가 생기는 일은 없죠. 싱거워서 변하면 불량 곰팡이가 필 뿐입니다. 소금의 역할은 맛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게 하는 것이죠. 소금물이 짜면 짤수록 메주에 들어 있는 맛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발효가 늦어 감칠맛이 적습니다. 좋은 메주를 너무 짠 소금물에서 발효시키면 된장도 간장도 맛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상온에서 변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염도를 찾아 장을 담그고 관리를 잘하면 장맛은 좋아집니다.”

처음 맛보는 독특한 간장, ‘어육장’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땅 속에서만 발효가 된다고 믿었던 그 장을 옥상에서 손쉽게 만드신다고요.
“여러 가지 육류 및 어물을 메주와 같이 담그는 장입니다. 땅 속에 항아리를 묻어 담근 후 1년을 묵혔다가 꺼내는 게 어육장인데요, 여러 가지 동물성 재료가 들어가는 장으로, 특별히 더 짠 소금물이 필수라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 어육장을 강인희 교수님께 배운 후 땅 속에서 장이 발효되는 1년 동안의 변화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제 눈으로 보고 싶었죠. 그래서 실패를 각오하고 땅 속이 아닌 옥상에서 어육장을 담갔지요. 그것도 15%의 염도로요. 1년이 지나고 걸러 보니 단단한 재래 토종닭과 소고기 업진살과 5㎏ 남짓한 민어가 만지면 부서질 정도로 잘 삭았어요. 전통은 계승에 미덕이 있으나, 끊임없는 재해석으로 발전시키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봐요. 이렇게 만든 어육장은 간장을 맛있게 만들어 먹기 위한 제조법인데, 이때 나온 어육 된장을 예전에는 먹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어육 된장 또한 별미랍니다. 잊혀져가는 소중한 우리 전통장 조리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운영하시는 경기음식연구원에서 열리는 전통장 아카데미에서 하는 일이 전통장의 발굴, 현대식 계량화, 그리고 보급이라고 보면 되겠군요.
“저도 한 20년 정도 우리음식 공부하기에 매달리니 이제야 감이 옵니다. 전통장을 만드는 현장을 찾아서 전국을 다니면서 비위생적인 환경과 제조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했어요. 어찌하든 장은 되지만 제대로 된 장이 한국 밥상, 한국인들의 건강의 기본이니까, 최적화를 위해 저울을 찾고 계량화된 레시피를 만드는 일에 매달렸죠,”

박종숙 원장은 파리를 쫓고 항아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 장을 담그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미

박종숙 원장은 파리를 쫓고 항아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좋은 장을 담그는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미

수원시청 옥상에서 시민들이 재료비만 내고 배울 수 있는 저염 명품된장 학교를 열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제대로 된 장으로 한국인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통 저염장을 시민이 직접 담가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장을 담그기에는 조건이 좋지는 않았지만, 시청 옥상에 장 항아리 100개를 올리고, 공무원과 시민들이 모여서 장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수원시 수돗물로요.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직접 담가 놓은 된장(5㎏)과 간장(1.5ℓ)은 잘 익은 다음 본인이 직접 가져갈 수 있습니다. 일부는 독거노인들과 함께 나누어 먹고요. 메주를 소금물에 담그고, 된장과 간장을 가르고, 다시 가을에 짜지 않게 염도를 조절하는 과정을 체험해 보는 건 참 소중한 경험이지요. 옥상 정원에서 시민들은 콩, 물, 햇볕, 바람, 소금이 어우러져 익어가는 과정을 설레는 마음으로 지켜보게 되는 거지요. 전통장을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길 수 있겠고요.”

장 담그기와 한식 상차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집안 어른들의 영향일 것 같아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살았어요. 할머니의 밥상은 내가 어떻게 음식을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상을 차려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주었어요. 경상도 분이신데, 음식을 아주 잘하셨습니다. 맛은 물론이고 보기에도 맛깔스럽게 차려 내셨어요. 보통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고도 하지만 편견인 것 같아요. 음식에 관한 고서들은 경상도에서 많이 나왔어요. 음식디미방, 수운잡방 같은 책들요. 할머니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봉화가 고향인 할아버지와 결혼 후에는 황해도 금천에서 살다가 수원에 자리잡아 평생을 보내셨어요. 그 덕에 각 지방 음식의 장점들이 잘 어우러진 밥상을 차리셨죠. 보고 맛보는 것만으로도 음식에 관한 관심이 어릴 때부터 많았어요. 중1 때 할머니가 집을 비우셔서 할아버지 밥상을 제가 차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할아버지의 한마디가 제게 아주 깊이 각인되었어요. ‘잘 먹었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꼭 먹을 만큼만 올려놓아라.’ 먹을 사람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만큼 정갈하게 차려내는 것 또한 맛의 일부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그때부터 음식과 상차림에 대한 관심이 구체적으로 생겼던 것 같아요.”

한국의 밥상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밥상의 기본은 음식 이전에 함께 둘러앉을 사람이 먼저입니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대화를 나누고 음식을 함께 나누는 데서 정도 생기고 힘도 생기는 것이지요. 밥상에서 배운 예절이 살아가는 데 모든 예의 기본이 되죠. 가장 좋은 교육의 장인 거예요. 그런데 요즘은 식구들이 같이 밥상에 둘러앉을 시간이 없고, 밥상을 차릴 일도 점점 줄어드는 거 같습니다. 밥상에 둘러앉아서 음식과 정을 나눌 때 진정한 의미의 밥상이 완성되는 것 아닐까요.”

밥상 차리는 일을 생계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늘 부탁하는 말씀이 있으시더군요.
“저도 생계를 위해서 늘 밥상 차리는 일을 하며 살아왔어요. 대학교 교직원 식당을 운영한 적도 있지요. 그때 공장에서 사온 김치를 쓰고 스테인리스 식판에 배식하는 기존의 시스템을 용납하기 힘들었어요. 할머니께 배운 대로 덜 짜고 덜 매우면서 국물이 낙낙한 경기식 김치를 담그고, 이천에 가서 백자 그릇을 사와서 음식을 담아냈지요. 교수들이 2500원짜리 밥을 팔면서 사치스러운 일이라고, 이러다가는 몇 주 못 버티고 문 닫을 거라고 걱정했죠. 그렇죠. 음식을 만들 때에는 원가, 노동력, 이윤 등을 이성적으로 잘 계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이에요. 정은 내가 지은 밥을 먹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하는 거지요. 정으로 차린 밥상은 반드시 이윤으로 보답해 줍니다. 음식은 생명이고, 정입니다. 그러니 곧고 바른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어야 합니다.”

어릴 때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를 떠올리면 잔잔한 꽃무늬 저고리를 입고, 하얀 앞치마를 치마에 두르고 장독대에 서 계신다. 한여름 붓꽃이 피는 4~5시쯤, 저녁밥상을 준비하며 장독에서 뜬 장을 맛보며 환히 웃던 어머니. 그 마음으로 장을 만들고 밥상을 차리고, 젊은 사람들에게 어머니 손맛의 레시피를 알리는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게 그의 꿈이다. 그에게 밥상은 육체와 마음이 함께 배부른,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넉넉한 세상이다.

<박상미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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