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에 대한 세 가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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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탐색]미국 역사에 대한 세 가지 질문

미국인의 역사 1·2
폴 존슨 지음·명병훈 옮김·살림옛 각권 3만8000원

책은 “미국의 창조는 인류 최대의 모험이다”라는 서술로 시작한다. 저자는 미국이 정치적·경제적·군사적으로 초강대국일 뿐 아니라 인류가 이룩해온 모든 발전의 정점에서 실험과 도전을 계속하고 있는 나라라고 말한다. 책이 미국 역사에 대한 일방적인 칭송으로 채워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책머리에 미국의 역사에 대해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미국은 건국 당시 불가피한 죄를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 건설로 속죄했는가. 사사로운 이익 추구의 욕구와 야망을 공동체적 이상과 이타주의로 통합했는가. 인류의 본보기가 될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대담한 기획을 완성했는가. 저자는 개척시대와 건국과정에서의 폭력과 야만을 누구보다도 똑바로 응시한다. 그러면서도 건국 단계부터 ‘자유와 평등과 정의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완성’이라는 목표가 있었다는 것이 ‘미국사’만의 특징이며, 이것이 결국 인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라는 게 저자의 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사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단순한 선악구도가 아니다. 노예제도만 하더라도 건국의 아버지인 토머스 제퍼슨은 노예제도를 반대했지만 본인은 평생 노예를 거느렸고,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비백인화가 우려돼 노예제도를 반대했다. 그러나 ‘신의 나라’를 만들려고 했던 원대한 이상이 ‘민주공화국 건설’이라는 목표로 바뀌는 18세기 중반을 저자는 미국사의 분기점으로 본다. 이후 연평균 400%의 경제성장에 놀라는가 하면, 거부의 출현, 대중사회와 소비사회의 도래는 일거에 수천 년 관습과 계급에 갇힌 개개인을 ‘평등’의 틀에 뒤섞어버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불필요한 개입으로 자연스러운 경기회복을 막은 것이라 비판하며, 케네디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프 케네디가 마피아와 결탁해 만든 대통령이라고 표현하는 등 비판할 때는 신랄하다. 이민자, 여성운동가, 노동자 등 미국사의 위대함은 이들 ‘보통사람’이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낸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장삼이사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물질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스펙터클의 연속인 미국사는 공화국의 이상을 통해 인류의 희망을 보여주는 과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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