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청년세대도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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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탐색]조용한 청년세대도 끓고 있다

노오력의 배신
조한혜정, 엄기호 지음·창비·1만3800원

“청년들에게서 사라지는 감각이 있다. 바로 사회에 대한 감각, 사회를 통해 자신의 삶이 보호될 수 있다는 감각이다.” 책은 3포니 5포니 N포니 하는 말에서 결과적으로 포기되는 것은 ‘사회’이고 ‘공공영역’이라고 말한다. 내 삶이 사회를 통해 보호될 것이라는 신뢰가 사라진 세상은 곧 정글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삶을 끌고나가는 것이 유일한 방편이다. “저 수많은 포기의 핵심에는 ‘사회’와 ‘사회적인 해법’에 대한 포기가 있는 것이다.” ‘각자도생’이 아닌, 사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반칙이고 불공정한 것이 된다.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는 제도에 대해서도 기본적인 불편함이 있다. 대학입시에서 지역 간 균형이나 계층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조치들에 갖는 반감이 대표적이다. “누구는 자기 실력으로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것을 다른 누군가는 ‘약자’라는 이름으로 쉽게 얻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것이다. ‘약자’인 그들은 ‘살벌한 경쟁’에서 면제된 것으로 보이고, 그것이야말로 불공정하게 여겨져 참을 수 없게 된다.”

기성 세대들은 ‘노오력’해도 ‘노답’인 세대에서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것을 비판한다. 청년들이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대부분이 1980~90년대에 대학을 다녔던 소위 민주화 세대 장년들이다. 자신들이 그랬던 것처럼 깃발을 들고, 자보를 붙이고, 거리를 점령해 목소리를 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청년들이 조용하기만 한 걸까? 책은 청년들이 조용하고 무기력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금수저·흙수저’론이야말로 자신들의 경험에 바탕을 두고 현실의 불평등 구조를 간파한 담론이라는 것이다. ‘노답 사회’도 포기라기보다는 한국 정치와 기성세대 및 조직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이라는 진단이다. “‘노답 사회’라는 말은 적당한 해법으로는 한국 사회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며, 한국 정치와 기성세대 및 조직은 문제 해결능력도 의사도 없음을 지적한다.” 책은 청년들이 과거처럼 깃발을 들고 나오지는 않지만, 거대한 물밑에서는 다른 어떤 때보다, 다른 어떤 사회보다 더 과격하게 끓어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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