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란 무엇인가
데버러 헬먼 지음·김대근옮김 서해문집·1만7000원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구별 또는 차별은 불가피하다. 국가는 모든 사람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사람이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도 없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의 좌석, 학교 출석부의 이름 순서 등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도 구별과 차별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구별은 정당하고 어떤 구별은 부당한 차별이 될까. 이 책은 ‘언제 부당한 차별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논증한다. 지은이는 이른바 ‘차별 퍼즐’이라고 부를 수 있는 다양한 상황과 맥락에서 언제 부당한 차별이 발생하는지를 이론화한다. 이론의 전제는 모든 사람이 도덕적으로 평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라는 도덕원칙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 곧 부당한 차별이다.
그렇다면 차별은 사람을 구별하는 행위를 통해서 누군가를 동등하게 보지 않고 비하할 때 발생한다. 예컨대 과거에 부당한 대우를 받아왔거나 현재 낮은 지위에 있는 집단을 특정 짓는 특성을 근거로 구분하는 것은 다른 특성들에 기초해 구분하는 것과는 도덕적으로 다르다. 지은이는 차별 받는 대상의 역사와 사회적 지위와 맥락을 강조한다. 미국에서 흑인이 당하는 차별을 부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그 역사적 대우와 현재의 사회적 지위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호남인이 받아온 차별과 그에 대한 비호남인들의 역차별 주장을 동일하게 볼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사람의 기량과 재능을 근거로 구별 짓는 것은 정당할까. 지은이는 이 주장도 논박한다. 가치에 따른 보상을 정당화하려는 설명은 허용되는 차별과 허용되지 않는 차별을 구분하는 데 실패하고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어떤 사람에게 특정한 가치가 있다고 해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자격이 반드시 도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은이의 논증을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향하는 곳은 결국 개인이 갖는 천부의 가치에 등급을 매기지 않고, 도덕적 관점에서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는 세상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