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남긴 고뇌의 어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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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DJ가 남긴 고뇌의 어록들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김택근 지음·메디치·1만3800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말이다. 그의 삶을 안다면 그저 낙관적인 유언으로만 읽을 수는 없다. “어쩌면 그 유언은 당신 없는 세상이 어떻게 굴러갈지 미리 짚어보고 남아 있는 우리에게 주는 격려인지도 모른다. 힘들어도 힘내라고, 더 나빠질 수 있으나 그렇게 만들지 말라고.”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관계. 지은이는 이 모두가 ‘김대중 시대’ 이전으로 퇴행했다고 진단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남긴 말들을 모은 책이다. 그가 남긴 말들을 통해 그의 삶과 고민을 다시 짐작해볼 수 있다. “국민은 나를 버려도 나는 국민을 버릴 수 없다. 국민은 나의 근원이요, 삶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1993년 2월 28일의 메모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세 번째 낙선한 그는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로 떠났다.

세 번째 낙선 이후 그의 고통이 당시의 메모들에 남겨져 있다. 지은이는 당시 그의 고통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눈을 감으면 선거운동 장면이 떠올랐다. 그렇게 준비했건만 선택을 받지 못했다. 지역감정에 좌우되고, 김대중을 공산주의 추종자로 덧씌우는 정권의 선전을 그대로 믿는 국민이 야속했다. 그때 심경을 적은 육필 메모는 보는 사람도 아플 정도이다.” 그러나 고통을 적었던 메모의 끝자락엔 이를 털고 다시 ‘국민’을 떠올리는 그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국민은 언제나 현명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민심은 마지막에는 가장 현명합니다. 국민은 언제나 승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지막 승리자는 국민입니다.” 2005년 그가 자서전에 남긴 말에도 국민에 대한 그의 신뢰가 담겨져 있다.

지은이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인연은 각별하다. 신문사 기자였던 지은이는 퇴임한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 집필작업에 참여하고, 평전을 썼다. 김 전 대통령의 말은 지금도 종종 SNS에 회자된다. 지은이의 말이다. “김대중 없는 세상에 김대중이 남긴 말들이 부쩍 많이 나돌고 있다. 사람들이 김대중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있었던 지난날에는 적어도 모든 것이 무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토록 절망하는 사람들에게 김대중이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그 말들을 했는지 그 불멸의 유산을 들려주고 싶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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