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이익공유제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신설함으로써 대·중소기업의 공동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근로자 간 임금격차 해소를 통한 적정한 소득분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는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소득(GNI)이 있다. 그러나 이 지표는 평균일 뿐 성장의 결과가 어떻게 나누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성장의 결과가 내가 노력한 만큼 호주머니에 들어오지 않고 가정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성장의 결과가 특정집단 혹은 가계보다는 기업으로만 집중된다면 정권이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은 역사가 보여주고 있다.
갈수록 벌어지는 근로자 간 임금격차
최근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상이 암울하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강조되고, 이제는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실업률이 최고치로 솟아오르고 ‘헬 조선’이 어느새 일반화된 용어로 나돌며, 특히 향후 10~20년 잠재성장률이 3%에서 2%대로 낮게 예측된다. 2007년을 시점으로 2014년까지 경제(GDP) 실질성장률은 24.45%였지만 전 산업의 실질임금증가율은 4.84%로, 임금상승이 성장률의 4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중소기업의 임금은 1980년 전 산업 기준 대기업의 96.7%였으나 2014년은 62.3%로 격차가 심화되었다. 2004년 국내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6%에서 2014년 10.4%로 증가하였고, 2015년 국가예산 중 보건복지고용 관련 예산이 30.8%에 달하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뒤에서 두 번째로 낮다. 성장은 했으되 양극화와 불평등 양상은 바뀌어지지 않았고, 또한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으며, 더욱 무서운 사실은 이것이 상식 아닌 상식이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격차에 관해서는 인식 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위 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최근 연도 임금수준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2014년을 기준으로 중소기업 노동자는 대기업 노동자에 비해 평균적으로 그들의 절반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의 경제활동의 가장 중요한 결과이자 유인구조의 핵심인 임금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확대일로에 있다는 사실은 이전까지의 모든 개혁작업이 실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상식의 사회]임금 양극화 해법은 초과이익공유제다](https://img.khan.co.kr/newsmaker/1170/20160405_40.jpg)
많은 경우 중소기업의 저임금 원인을 주로 노동생산성의 격차로 치부하고, 대기업과의 격차를 당연시하고 있지만 이 기준 하나만으로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설비투자 효율성 및 부가가치율 등 기타 효율성 등 종합적으로 평가하여야 하며, 이럴 경우 우리나라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격차가 심화되어 가는 현실은 반드시 교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교정은 제도적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근본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고 있다.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전략과 정책은 여전히 성장정책으로서 창조경제다. 미시적으로는 지하경제 양성화, 기업소득 환류·근로소득 증대·배당소득증대세제 등을 펼치고 있다. 정부 정책의 주된 관념은 ‘미시적 변화를 통해 세상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상식으로 굳어져 버리고 있다. 동시에 비주류 경제와 진보 진영은 미시적 정책인 부자증세, 현실적으로도 난감한 복지예산의 대폭적인 증액을 촉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정부의 성장정책과도 유사한 더불어성장·공정성장·포용적 성장 등 그야말로 성장담론이 상식이 되어버렸다.
원칙적으로 성장도 반드시 필요하고 누진세제의 강화도, 복지재정 증액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려면 현장 수용성 및 확장성, 그리고 정책의 효과에 대해 면밀한 예측이 요구된다. 그리고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고 동시에 매년도의 경제성장률이 충분히 뒷받침되어 주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러한 조건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정부가 뭔가 노력은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불평등 구조와 양극화 현상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 적정한 분배가 효과적
생산과정에서의 분배제도를 개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은 경제학을 했다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는 현재의 한국 소득재분체계가 효과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대표 경제학자들의 의견을 확인해 보았다. 2011년 2월 말,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던 정운찬 교수도 필자와의 대화에서 동일한 의미의 발언을 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저자인 장하성 교수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진보적 학자뿐만 아니라 진화된 보수성향 학자도 수긍하고 있다. 생산과정에서의 적정한 나눔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효과적인 제도라면, 이익공유제를 들 수 있다. 즉, 협력기업 간 판매수입 배분규칙을 합의하여 협약을 체결하는 판매수입배분제도, 손익 배분규칙을 합의하여 협약을 체결하는 순이익배분, 목표이익을 합의하여 협약을 체결하는 초과이익배분제도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 원사업자와 중소 수급사업자의 임금격차를 축소시키는 정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하도급 거래비율이 약 48%에 이르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 기대효과도 클 것이다. 이외에 그간 추진해온 다양한 정책들, 예컨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규직 노동자보다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을 높게 설정하는 정책, 연대 임금제도, 최저임금 인상, 남녀 임금격차 완화 등의 정책이 다양하게 논의될 수 있으나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생산과정 상의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이다.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대·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근본적인 정부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6일 박근혜 대통령,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이 참석한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1주년 기념식. / 청와대 사진기자단
일본은 패전 후 재벌 해체와 함께 1948년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본격화했다. 그런데 1957년쯤에 이르러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격차가 초기 78%대에서 거꾸로 50.3%까지 확대됐다.
이후 이러한 실패를 경험한 후 정책기조를 대대적으로 전환하였는데, 이를 ‘불리시정정책’이라 한다. 이후 10년간 해당 정책들을 꾸준히 구사한 결과 1969년쯤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임금격차 수준이 70.9%로 개선되었고, 1970년 일본 중소기업백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 해소를 명시적으로 선언한다. 당시 일본의 이런 저런 정책(법·제도)을 검토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무튼 필자가 강조하는 생산과정에서의 정당한 분배정착 제도는 앞서 언급한 한국적 이익공유제의 도입이다. 이는 다양한 외국의 이익공유제(profit sharing contract)를 우리의 실정에 알맞도록 수정·보완하여 도입하는 것이다. 2011년 이 제도가 제안될 당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경제학에도 없는 것’이라며 사업가로서의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다. 재계는 물론 이름깨나 알려진 경제학자들까지도 이 제도를 반시장적 제도라고 한 바 있다. 이익공유제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 자동차, 항공, 바이오제약, IT, 유통, 프랜차이즈, 인터넷판매 등 전 산업분야에서 실시되고 있다. 나아가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중에 있는 힐러리 클린턴도 제도화시키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한국적 이익공유제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신설함으로써 대·중소기업의 공동 발전을 도모함은 물론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 궁극적으로 대기업(위탁사업자 또는 원사업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중소기업 분야의 일자리 창출, 근로자 간 임금격차 해소를 통한 적정한 소득분배와 이를 기반으로 한 내수경제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지켜야 할 원칙은 1차→2차→3차 수탁기업으로의 흐름이 연속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확보하는 것이고, 도입한 위탁기업에는 일정 비율 세액공제를 해주어야 한다. 제도는 설계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이를 실행할 의지와 그 주도세력이 없었다. 그런데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공약에 포함시키고 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