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파업
안치용 지음·영림카디널·1만3000원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그러나 지은이는 한국 정치에서 선거가 오히려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요소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시민은 그래서 선거만 한다. 국민이, 시민이 행하는 정치적 행위는 선거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그들이 ‘민주시민’에게 원하는 것도 단 한 가지, 적정 수준으로 관리된 선거 참여다.”
지은이는 현재의 선거가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는 제도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유권자의 선택지가 왜곡돼 있다는 점을 든다. 첫 번째는 지역주의다. 모든 선거에서 지역주의가 작동하면서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정치구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념이다. 지은이는 한국의 정치 현실을 “좌파 부재의 정치 지형”이라고 말한다. 우파끼리 정치 공간을 독점하면서 이념적 다양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념적 다양성의 상실은 사회 변혁의 지평을 닫아버렸다.
세 번째는 엘리트다. 한국 정당은 특정한 계급이나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보다 자신만의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지도자나 그를 중심으로 패권주의적으로 결집된 정치 엘리트들의 조직이다. 엘리트들의 ‘그들만의 리그’가 소명으로서의 정치가 아닌 밥벌이로서, 정치 이권으로서 정치로 돌아간다는 비판이다. 그밖에 ‘정치화한 종교’ ‘금권정치’도 유권자의 선택지를 왜곡하는 요소다. 왜곡된 정치구조 속에서 ‘선거의 거부’가 “이 시스템에 대한 포괄적이고 유일한 파업의 수단”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선거로 대표되는 대의민주주의를 거부한다면 그 대안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추첨 민주주의’를 제시한다. 추첨 민주주의에 대한 반론의 근거로 가장 많이 제시되는 것은 ‘탁월성의 원칙’이다. 탁월함으로 무장한 대표의 존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지은이의 반론이다. “그러나 현실 역사에서는 시민 혹은 민중의 ‘대표’가 자신이나 자신이 포함된 지배 블록의 이익을 대표하고 국민이나 시민, 대중의 이익을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선거는 지금껏 합리적 행위로 포장돼 왔지만, 더 이상 국민을 대표하지도, 민의를 반영하지도 못하는 대의제 민주주의는 오히려 비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