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주주의거든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조홍민 옮김 글항아리·1만2800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다. 권위 있는 ‘논단’에서는 3·11 대지진을 패전·공습과 나란히 배치했고, 원전 추진파와 반원전파의 핑퐁게임과 같은 논박들을 담아냈다. 그러나 그보다는 새로운 말이 필요했다.
지은이는 지은이의 칼럼 제목이기도 한 ‘논단’의 말보다는 ‘논단’ 밖의 말, ‘보통 사람들’의 말에서 재해를 극복할 새로운 민주주의와 공공성이 시작될 것이라고 봤다. 예컨대 유튜브 상에 공개된 한 기업의 ‘탈원전 선언’ 같은 메시지다. 거기에는 특별한 말도 어려운 말도 없었다. 다만 “안심할 수 있는 지역사회” “이상이 있고 철학이 있는 기업” “할 수 있는 것부터 착실히 해나간다” “국책은 왜곡된 것이었다”는 메시지는 원전 문제가 보통 사람들의 문제임을 일깨웠다.
“원전 같은 정치적 문제는 멀리서, 누군가가 결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착각하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왔다. 하지만 그런 문제야말로 우리 스스로 책임을 갖고 관여할 수밖에 없다는 발언을 일개 기업이 해 보이는 것, 거기서 나는 ‘새로운 공공성’을 향한 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 서로를 잇는 말들의 ‘부흥’이야말로 파괴된 사회를 다시 일으켜세우는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원전사고가 일본 민주주의 중대한 결함을 드러냈다고 보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류노인, 빈곤여성, 초고령화, 지방 소멸, 가난의 대물림, 재특회와 같은 극우 준동, 반한 시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망언의 정치, 평화헌법 개정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다뤘다. 지은이는 한 사람 한 사람 그 각자가 ‘우리의 민주주의’라고 말하며 ‘우리의 민주주의’는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남들과 함께 해나가는 것…. 그것은 전혀 특이한 일도 아니고, 정치인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