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본 정치에 관한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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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키워드로 본 정치에 관한 상식

정치는 뉴스가 아니라 삶이다
스기타 아쓰시 지음·임경택 옮김 사계절·1만3000원

“국회의원들이 일하는 모습 처음 봤어요.”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를 본 시민들의 반응이다. 필리버스터에 대한 열광과 감동은 거꾸로 한국 사회의 정치에 대한 높은 불신과 혐오를 반영한다. 뉴스의 언어나 일상생활에서도 ‘정치적 판단’, ‘정치적 결정’ 등 ‘정치’가 들어가면 대부분 나쁜 뉘앙스를 담고 있다. 시민이 그렇게 정치에 멀어지는 동안 정치는 과연 나아졌을까.

일본 정치학자 스기타 아쓰시의 책은 정치에 관한 책이지만 국회·정부·정당·선거·헌법으로 시작하지 않고, 결정·대표·권력·자유·사회·한계·거리 등 8개의 키워드로 정치에 관한 상식과 전제에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정치의 본질은 무언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본다. 누가 결정하는지에 따라 정치체제의 종류가 나뉜다. 더 중요한 사실은 결정하는 것은 무언가를 버린다는 의미다. 하나를 결정하면 다른 의견은 포기된다. 하여 누가, 언제, 무엇을 결정할지는 늘 쟁점이 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빠른 결정’, 즉 효율성보다 ‘잃어버리는 것’들을 자각하면서 이뤄지는 신중함이 정치의 본질이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대표에 의해 돌아간다. 대표는 나와 완전히 같을 수 없다. 그래서 개인은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대표제의 의의는 ‘연극적인 기능’에서 찾을 수 있다고 저자는 설파한다. 정치인들이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은 일종의 연극이다. 이 연극을 보면서 무엇이 쟁점인지를 파악해가면서 나의 의견을 정립하고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대의제와 직접적 참여는 이 점에서 서로 보완적이다. 권력은 정치와 마찬가지로 이미지가 나쁜 단어다. 권총 강도에 가까운 이미지를 띤다. 하지만 권력은 동의에서 나온다. 국경선을 긋기도 하지만 교육과 공중위생, 복지 등을 통해 무리의 생존과 번영을 배려하기도 한다. 스스로 권력의 주인이라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반면 권력에 대한 저항은 익숙한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정치적이라는 표현은 ‘삶의 태도’를 말하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빠르고 명확하고 선명한 것은 정치적으로는 좋은 일이 아니다. 불투명한 세계에서 타인과의 거리를 느껴가며 섬세하게 하지만 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 정치적 시민이 되는 것에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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