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금수저-흙수저 좌석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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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완전히 기발합니다. 대한민국 발명대상이나 혁신상 줘야 합니다. 시내버스에도 앉는 좌석이 있고 서서 가는 입석이 있는데, 요금 개선해야 할 듯. 택시도 안전성 고려해서 뒷좌석과 앞좌석 요금 차별화!” 3월 3일부터 CJ CGV(이하 CGV)가 도입한 좌석요금 차등제에 대한 한 누리꾼의 평이다.

CGV가 3월 3일부터 도입한 좌석등급제를 설명한 이미지. / CJ CGV

CGV가 3월 3일부터 도입한 좌석등급제를 설명한 이미지. / CJ CGV

“이것이 진짜 창조경제”라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전후 맥락을 보면 칭찬이 아니다. 냉소 혹은 조롱이다. CGV의 요금차등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평일과 주말 관람가격 차등제는 이미 2014년부터 실시됐다. 이번에 도입된 제도는 좌석별로 요금이 달라진다는 데 있다. 크게 이코노미석, 스탠더드석, 프라임석으로 구분해 각각 다른 요금을 매긴 것이다. 여기에 관람 시간대별 요금 차등도 결합했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주말’은 모닝(오전 10시 이전), 프라임(오전 10시 이후부터 자정까지), 그리고 나이트(자정 이후)와 좌석 요금이 결합된다. 주중에는 5단계로 나눠진다. 가장 싸게 볼 수 있는 조합은 주중 모닝(오전 10시 이전)과 브런치(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리고 주말 모닝의 경우다. 요금은 6000원이다. 주중의 경우 모닝시간엔 좌석별 차등요금제를 적용하지 않지만 주말에는 적용한다. 복잡하게 변한 것 같지만 누리꾼이 보는 결론은 단순하다. 현행 요금에 비해 ‘우회 요금인상’이다.

CGV 관계자에게 물어봤다. “도입 전 시뮬레이션을 해봤지만 가격인상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말? 이런 요금제를 왜 도입했는지 물어보니 이야기가 미묘하게 다르다. “극장 관객이 몇 년째 정체된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더 극장 관객을 세분화해서 봐야 할 필요성에….” 결국 인상요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는 설명이 아닌가. “전반적으로 임대료도 오르고 있고 인건비나 물가상승에 비해 인상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차라리 일률적으로 1000원 인상했으면 가격인상 효과가 컸을 수도 있습니다. 미세한 조정을 통해서 인상효과가 크지 않은 형태로 조정해서 고객분들에게 다가가자는 것이 목표였어요.” 그렇다 치자. 이건 또 뭔가. 3월 3일 저녁, ‘충격과 공포의 천호 CGV 아이맥스’라는 좌석 예매 현황 캡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이 극장에서 가장 비싼 프라임석이 E열, 즉 앞에서 다섯 번째부터 시작해 마지막인 K열까지 다 차지하고 있다. 아이맥스관이니 주말에 프라임석에서 관람하게 되면 1인당 2만원을 내야 한다.

“좌석 등급은 본사에서 일률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각 지점별로 관람 조건 등을 고려해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 앞의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CGV의 좌석등급제에 대해 한 누리꾼은 이렇게 일갈했다. “간단하게 흙수저, 은수저, 금수저 좌석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이해하기 빠를 것.” CGV 관계자는 “기존에 겪어보지 못한 가격제도이다 보니 불만여론이 많이 제기되는 것은 알고 있다”며 “제기된 불편사항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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