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탑산업훈장 받은 개성공단 기업가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 “개성은 중소기업의 기회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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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철탑산업훈장 받은 개성공단 기업가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 “개성은 중소기업의 기회였는데…”

철탑산업훈장.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훈장’이다. 박용만 녹색섬유 대표는 2월 27일 열린 ‘2016 전국소상공인 대회’에서 이 상을 받았다. 29년 동안 중소기업 경영 한길로만 달려온 박 대표에게는 뜻깊은 상이다. 그러나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기쁨보다 당혹감이 앞섰다. 29년간 경영했던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경영하는 녹색섬유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도 돌파해 왔지만, 이번 개성공단 폐쇄만큼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상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묘했다. 개성공단 가동할 때 미리 심사하긴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문 닫히고 나서 상을 받게 되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29년 동안 한 우물만 팠던 것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위로가 된다. “한 번 그런 걸 만들어보고 싶었다. 일관되게 한 우물을 파서 한 분야에서 우뚝 서는 중소기업.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한 우물만 팠다.”

말이 쉬워 한 우물이지 지난 29년 동안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대한민국은 중소기업 하기 힘든 나라다. 박 대표는 “그런 환경에서 버티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경제민주화는 요원한 이야기이고, 모든 것은 수직계열화돼 있다.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으로 중소기업은 모든 사업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일본 중소기업 경영자 중 30년 된 지인이 있다. 처음 출발할 때 우리 둘은 비슷했다. 1년에 10억 매출 정도였다. 그런데 그 회사의 매출은 지금 3000억이다. 300배가 뛰었다.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중소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나눠 가져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는 구조다. 청춘을 바치고 인생을 다 바쳐도 기업을 존속하는 것조차 힘든 곳이 한국이다. 그런 환경이 많이 원망스럽다. 독일이나 일본의 중소기업과 당당하게 겨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중소기업 하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개성공단은 중소기업에게 새로운 기회였다. 박 대표에게도 그랬다. “29년 사업하면서 가장 소중한 10년을 개성공단에 쏟아부었다. 물론 어려움은 있었다. 북측 노동자들이 처음에는 말도 섞지 않으려고 하고 적대적이었다.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때도 낙담과 고통의 나날이었고. 그래도 개성공단에 10년 있으면서 세상을 보는 눈도 넓어졌고,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 또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수상은 그간의 노고를 인정해주는 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폐쇄된 공장을 생각하면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동시에 떠오른다.

박 대표의 꿈은 몇 년 하다 마는 기업이 아니라, 직원들이 오래 근무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일이다. 지금 박 대표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 대부분이 20년 넘게 박 대표와 동고동락했다. 독일이나 일본처럼 1대, 2대, 3대에 걸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중소기업 고유의 순발력을 살린 경쟁력 갖춘 기업을 만드는 게 박 대표의 꿈이다. 지금은 사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박 대표는 ‘희망’을 믿는다.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 않나. 그러니까 또 늘 그래왔듯이 이겨낼 것이다. 29년간 경영하면서 수없이 많은 고비가 있었다. 그 고비를 잘 넘어왔듯이 앞으로도 직원들과 잘 단합해서 이겨낼 것이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40년, 50년, 100년 기업으로 만들어 볼 것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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