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네. 속인 게 아니네. 속은 자만 있을 뿐.” 2월 하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이 사진의 이름은 ‘한국에서 가장 정직한 감자칩’이다. 사진은 세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감자칩 봉지와 감자칩 내용물. ‘질소를 샀더니 과자는 덤?’과 같은 농담으로 대표되는 질소과자 논란은 오래된 이슈다. 이 코너에서도 두어 차례 다룬 바 있다. 그런데 뭐가 정직하다는 걸까.
문제의 과자는 포카칩이다. 오리온의 주력 포테이토칩이다. 정직하다는 것의 비밀은 세 번째 캡처사진에 있다.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poca’를 찾아본 결과다. 스페인어 형용사로 ‘얼마 안 되는, 극히 적은, 조금밖에 없는, 거의 없는…’ 등의 뜻이다. 그래서 정직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비꼬는 글이다. 정말 저런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일까.

‘한국에서 가장 정직한 감자칩’이라는 별명이 붙은 오리온 포카칩. POCA라는 단어의 스페인어 뜻을 빗대 비꼰 별명이다. / 오늘의유머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질소과자 논란 이외에도 크고 작은 사건이 있었다. 2014년에는 “포카칩은 OO이다, 이유는 OO라서”라는 홍보문구 짓기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이벤트 페이지에 공개되는 것을 악용(?)한 누리꾼의 짓궂은 장난이 있었다. 이런 식이다. “포카칩은 이순신이다. 내용물이 12개라서”, “포카칩은 새폴더다. (비어 있음)” 주로 포장에 비해 내용물이 적음을 풍자했다. (나무위키 항목 참조) 이런 지적도 있다. “주먹만한 감자 두 개로 포카칩 한 봉지”를 콘셉트로 하는 배우 원빈의 CF는 과장광고라는 것이다. 보통 ‘주먹만한 감자’는 최소 100g을 넘는데, 100g×2= 200g이므로 각각 66g, 137g에 불과한 포카칩 용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이, 그대로 생으로 잘라 내용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튀기는 과정에서 수분은 다 증발해 날아가는 거고요.” 과거 기사 때 접촉했던 오리온 홍보팀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여전히 “질소과자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는 건 조금 억울하다”며 말을 이었다. “고객들의 그런 의견도 반영해 지난해 10g 증량을 단행했어요. 전체 과자 중에서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는 국민과자이기도 하고….” 뭐 이해는 간다. 그나저나 핵심적인 질문. ‘포카칩’의 포카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된 것일까. “글쎄요. 당연히 ‘작다’ 혹은 ‘가볍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것은 아닐 텐데, 누군가가 악의적인 음해 목적에서 그런 글을 올린 것이 아닐까요?”
사실, 인터넷에서 ‘포카칩’으로 검색하면 특허 관련 분쟁이 뜬다. 꽤 유명한 사례다. 대부분 경쟁 제과업체 롯데와 관련된 상표권 분쟁이다. 포키, 포타 등의 자사 과자 이름과 혼동을 준다며 제기한 소였다. 특허심판원의 상표권 분쟁 심결문을 보면 “CHIP은 ‘잘게 썰어서 기름에 튀긴 요리’라는 뜻으로 인식되어 그와 같은 과자류를 지정상품으로 하는 상표에 다수 사용된 사실이 인정되나, 조어로 구성되어 아무런 관념이 없는 이 사건 등록상표 “POCA”에…”와 같은 대목이 눈에 띈다. ‘별 뜻 없는 조어’라는 것이다. 어쨌든 앞의 상표권 분쟁에서 번번이 진 쪽은 롯데였다. 그러니까 여전히 포카칩이라는 이름으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좀 싱거운 결론인가.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