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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관리 범위’ 어디까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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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활동이나 시민 정치참여의 통제하면 민주주의 원칙 위배 여지

2월 15일 국회 앞에서는 청년의 눈에서 공천 기준을 제시할 목적으로 1인시위가 벌어졌다. 4·13 총선을 앞두고 공천심사 중인 각 정당을 향해 청년단체들이 준비했다. 채용비리 연루, 노동개악 강화, 최저임금 인상 반대, 주거 및 복지 관련 정책 반대 등이 기준으로 꼽혔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등이 1차 명단공개 대상에 올랐다. 이 캠페인은 3일 만인 17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중재 요청을 받았다. 후보자의 이름과 얼굴을 밝히는 것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국회 앞 1인시위 형식의 낙천·낙선운동은 다른 예비후보자의 선거를 방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선과 관련한 시민들의 정치참여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활동을 중심으로 가능하다는 게 선관위의 입장이다. 청년단체들은 총선청년네크워크의 자문을 받아 선관위와 중재를 하는 한편,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선거운동을 하기로 했다.

2월 15일,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왼쪽)이 각 정당에게 청년의 시각에서 공천기준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담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2월 15일, 임경지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왼쪽)이 각 정당에게 청년의 시각에서 공천기준을 제시하라는 요구를 담은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민달팽이 유니온 제공

“표현의 자유 침해” 헌재에 위헌소송
선관위는 어디까지 선거를 관리할 수 있을까. 선관위는 1963년 개헌과 함께 등장했다. 중립적인 관료기구가 선거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다. 그러나 관료기구인 선관위가 후보들의 정치활동이나 시민들의 정치참여의 내용과 방식까지 ‘선거관리’라는 명목으로 통제한다면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다.

불복종으로 선관위를 움직인 사례도 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1월 11일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에 등록하며 “선관위의 수리 여부와 관계 없이 예비후보자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 위원장은 선거구 획정을 기다려 종로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려 했으나, 국회가 작년 말까지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함에 따라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했다. 선거구가 없는 상태에서 선관위가 허가하거나 말거나 후보로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헌법재판소에 선거구 공백이 부작위에 의한 위헌임을 확인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선거구 공백상태가 국회가 선거구를 제때 확정하지 않아 출마예정자들의 공무담임권, 평등권을 위배한 위헌적인 상태이므로 선거구 공백을 근거로 한 규제에 불복종을 선언한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잠정적으로 종전 선거구 구역표를 적용해 예비후보자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출마예정자들의 권익 침해를 인정한 것이다.

선거구 공백상태에서 예비후보자의 선거운동 보장과 관련해 선관위는 녹색당과 같은 입장을 냈으나, 2월 2일에는 ‘칼럼’으로 충돌했다.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가 하 위원장이 예비후보 등록 전부터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블로그에 연재해 오던 글을 쓰지 못하도록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측에 통보했기 때문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칼럼을 선거보도로 본 것이다. 하 위원장은 그날 선관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표현의 자유는 법률로 제한해야 하는데, 공직선거법에는 블로그 글에 대한 조항이 없으며, 선관위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규정은 부처의 훈령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선거법은 형법보다 글자 수가 다섯 배나 많다. 네거티브 방식(무엇을 하지 말아야 한다)이 아니라 포지티브 방식(무엇을 할 수 있다)으로 규정하다 보니, 글자 수도 많아지고 선거법에 없는 행위에 대해 정당들이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거쳐야 할 수 있게 된다”며 “정당이 서로 경쟁하는 룰을 관료기구에 맡기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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