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제국 -천재 SF 작가의 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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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죽은 자의 제국 -천재 SF 작가의 유작

제목 죽은 자의 제국 (屍者の帝國/ The Empire of Corpses)

제작연도 2015년

제작국 일본

러닝타임 120분

장르 애니메이션

감독 마키하라 료타로

출연 호소야 요시마사, 무라세 아유무, 쿠스노키 타이텐

개봉 2016년 2월 25일

등급 미정

애니메이션 <죽은 자의 제국>을 이해하는 데는 먼저 원작자 이토 케이카쿠(伊藤計劃)와 그의 드라마틱한 삶을 엿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미술학도로서 웹디자이너 경력도 가지고 있는 이토 케이카쿠는 영화와 게임에도 조예가 깊었던 인물로, 불과 2년 남짓한 작가활동에도 불구하고 일본 SF 문학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장편 데뷔작 <학살기관>으로 다수의 대중문학상과 일본 SF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2008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 <세기말 하모니>는 일본 내 SF 문학상 3관왕을 달성하고 영문판은 필립 K. 딕 기념상 특별상을 수상해 일본 SF 소설로서는 최초로 미국의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하는 사례를 만들며 천재작가로 대접받기에 이른다. 그러나 2009년 3월, 34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요절하면서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한다. 세 번째 작품이자 유작이 된 <죽은 자의 제국>은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30페이지 분량의 프롤로그와 시놉시스를 토대로 친구이자 작가인 엔조 도의 손에 의해 완성되었다.

영화 <죽은 자의 제국>은 그가 남긴 장편소설 3편을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영화화하는 일명 ‘프로젝트 이토’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후지 TV의 심야 애니메이션 방송시간대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시작해 이제는 실험적 작품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한 ‘노이타미나(noitaminA)’가 주축이 되고 <진격의 거인>으로 명성을 얻은 WIT 스튜디오가 제작을 맡았다.

한정된 시간 안에 광범위한 이야기를 담다 보니 원작에서 진지하게 다뤄졌던 몇몇 부분들이 통으로 누락되었고 중반 이후 전개도 달라졌다. 작화 풍이나 주제를 놓고 보면 엄숙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만만찮은 영화임도 사실이지만 실상은 꽤나 역동적이고 재기발랄한 기운이 작품 전반에 충만하다. 이런 모순적 기조는 원작소설에서 그대로 계승된 것으로, 근저에는 SF 장르의 하나로 대체역사물의 하위 장르인 ‘스팀 펑크’를 녹여낸 무대와 관리 권력의 부패를 우려했던 원작자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다.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첩보 장르의 관습을 따르면서 매체, 장르, 시대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양한 장치들을 뒤섞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그만의 작법도 하나의 특색으로 두드러진다. 이런 작가의 취향은 영화 내내 빈번히 발견되는데, 19세기 실존인물과 유명작품 속에서 차용한 등장인물들의 이름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가상의 19세기 말, 일명 ‘네크로웨어’라 불리는 가짜 영혼을 죽은 사람의 몸에 주입해 살려내는 기술이 발달하고, 각국은 사고나 감정을 갖지 않은 이들을 대량으로 양산해 중요한 노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사회·경제적 질서를 유지한다. 진짜 영혼을 불러 넣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영국의 젊은 의학도 존 H. 왓슨(호소야 요시마사 분)은 불법으로 죽은 친구를 살려내고 프라이데이(무라세 아유무 분)란 이름을 붙여 곁에 두고 자신의 연구를 돕게 한다. 그의 불법행위는 첩보기관 ‘월싱엄’에 발각되어 체포되지만, 왓슨의 뛰어난 능력을 이용하려는 월싱엄이 모종의 제안을 한다. 한 세기 전 죽은 자에게 진짜 영혼을 넣는 데 성공했다고 전해지는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남긴 전설 속의 연구기록 ‘빅터의 수기’를 찾아달라는 임무가 그것이다. 안내원이자 감시자인 ‘프레데릭 버나비(쿠스노키 타이텐 분)’까지 합세하며 이들의 여정은 점차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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