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계의 혁신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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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전후로 허위·과장광고 논란이 벌어진 모 회사의 USB형 전자파 차폐장치. / mlbpark

설 연휴를 전후로 허위·과장광고 논란이 벌어진 모 회사의 USB형 전자파 차폐장치. / mlbpark

“이거 사기광고로 고발할 수 없나요?” 2월 11일, 이토방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물에서 누리꾼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이날 전후로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진 ‘USB계의 혁신제품.jpg’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대한 반응이다. 무엇이 ‘혁신’이라는 걸까.

T○○○○○라는 이 USB 제품을 사용하면 안구건조 개선, 주의집중력 향상, VDT증후군 완화 등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개되어 있는 스펙을 보면 저장용량 표시가 없는 것으로 보아 USB 저장장치는 아닌 듯하다. ‘사기’라는 것은 해당 광고가 설명하는 USB의 ‘작동원리’를 두고 하는 말로 보인다. “T○○○○○는 바이오 에너지 특허기술(특허 제10-0999×××호)을 응용한 제품으로 컴퓨터(데스크 & 노트북)의 USB단자에 삽입하면 바이오에너지가 모니터의 빛을 통하여 눈과 얼굴에 전달되는 제품입니다.”

해당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회사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이것이 가능한 이유가 ‘스칼라에너지’를 해당 제품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 효능이 있는 것일까. 일단 앞서 홍보문구에 언급된 발명특허. 이 회사의 대표가 낸 특허다. ‘전자파 감쇄장치’로 되어 있는 이 발명 내용 중 스칼라 에너지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는다. ‘바이오 에너지 특허기술’이라는 분류도 임의적이다. 이 회사의 직원과 통화해봤다. 발명특허는 전자파 감쇄장치로 되어 있는데, 관련 특허는 이미 많지 않은가. “다른 특허들은 하나의 물질로 되어 있고 우리는 파장을 이용하는 거예요. 미국에서 수입해서 판매하는 제품이 있는데, 그건 코일 형태로 감는 방식이고 저희는 전자파만 감쇄될 뿐 아니라 특허를 받은 스칼라 에너지가….” 가만. 스칼라 에너지는 특허 내용에 거론되지 않는데. “아직 중소기업이라서 엄격한 임상테스트를 거친 것은 아니지만 자체 테스트를 다 해봤습니다. 저희 제품을 쓰시는 분들은 바로 효과를 보셨는데요.” 이 회사의 대표는 “취재 목적이 뭐냐. 메일을 보내면 검토 후 응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크기와 방향을 가진 물리량을 일반적으로 벡터라고 하고, 크기만 가지고 방향이 없는 물리량을 스칼라라고 하는데, 에너지는 어차피 방향이 없는 스칼라 물리량이므로 스칼라라고 굳이 앞에 붙일 필요가 없어요.” 한국의사과학연구소 회원인 윤찬의씨(전파공학 박사)의 말이다. 홈페이지의 설명을 검토한 그는 “일반인들이 보면 물리학 전문용어도 사용하고 복잡한 수식까지 제시하니 그럴 듯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후반부의 스칼라 에너지와 관련된 내용은 거의 주술에 가까운 이야기”라며 “실제 전자파 차폐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차폐 효과가 어느 정도 있고 그 원리가 무엇인지 설명해야지, 이런 식의 황당한 설명으로 과장광고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허위·과장광고가 맞다는 지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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