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만들어진 범인 한명숙의 헝거게임 그 현장의 기록
강기석 지음·레디앙·1만5000원
검사가 유죄를 입증해야 유죄인가? 피고인이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인가? 지은이는 검찰이 노리고 일반 대중이 속아 넘어가기 쉬운 선입견 중 하나가 피고인이 무죄를 입증하지 못하면 유죄라고 믿는 착각이라고 말했다. 지은이는 한명숙 전 총리의 재판이 정확히 이러한 프레임이 갇혀 있다고 비판한다. 한 전 총리 재판은 한 전 총리가 한만호로부터 9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건에 관한 것이다.
지은이는 검찰의 논리 전개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1억원짜리 수표에 관한 한 전 총리의 비서와 여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니 이 수표가 한 전 총리가 여동생에게 준 것이 틀림없고, 이 1억짜리 수표는 한만호가 처음 조성한 3억 중에 포함돼 있으니 한 전 총리가 3억을 받은 것이 틀림없고, 그 후 6억을 조성한 수법이 처음 3억을 조성한 수법과 똑같으니 한 전 총리가 총 9억원 전부를 받은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1심의 결론은 이러한 검찰 논리의 허점을 파고들어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한 전 총리의 비서와 여동생의 진술에 신빙성은 없으나, 그것이 바로 한 전 총리가 이 수표를 보관하고 있다가 동생에게 줬다는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사가 자신의 논리를 입증하려면 이 수표가 한 전 총리에게서 직접 나왔다는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고 증명해 내야 했다. 그러나 2심에서 1심의 결론은 뒤집어진다. 2심 판결은 검사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다. “2심은 검사에게 더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도 하지 않고, 수표에 얽힌 두 사람을 단 한 번도 증인으로 부르지도 않고, 1심 재판 기록만 훑어보고 무죄를 유죄로 뒤집어버린 것이다.” 더욱이 검찰 측 핵심 증인인 한만호는 2차 공판에서 “저는 피고인에게 어떠한 정치자금도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라고 선언했다. 지은이는 이러한 한만호의 진술은 2심 재판부에서 묵살된 채 한 전 총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고 비판했다.
이 책은 지은이가 30여 차례에 공판을 참관하고 쓴 기록들이다. 지은이는 참관기가 편파적이고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는 세간의 평에 “일정 부분 맞는 말”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선입견은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