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소녀상 지키는 ‘평화나비’ 김샘 대표 “할머니들은 평화 인권활동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위안부 문제 해결’을 선언한 이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는 차가운 순간 가장 뜨겁게 손을 맞잡은 대학생들이 있었다. 정부의 협상 결과를 비판하며 31일째 위안부 소녀상 곁에서 농성하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 회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김샘 평화나비 대표(23·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는 1월 29일 “원래 1월 말까지 하려던 소녀상 옆 노숙농성을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달 넘게 엄동설한을 바깥에서 보낸 김 대표의 목소리는 다소 지쳐 있었다. 김씨는 “국민의 여론이 확인된 만큼 당장 소녀상을 뽑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녀상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서 위안부 문제 한·일협상을 원점에서 비판하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알려나가기 위해서는 농성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평화나비 페이스북

/평화나비 페이스북

김씨는 2012년 여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를 계기로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쏟아지는 장맛비를 맞으면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해결을 요구하는 모습은 두고두고 그의 머리에 남았다. 숙명여대, 이화여대 등 대학생 35명이 뜻을 모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대학생 단체 ‘평화나비’를 만들었다. 대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것이 첫 1년간의 주된 활동이었다. 토크콘서트 등의 행사로 모금을 해 서대문구 대현문화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 결실을 맺었다. 대학생들은 역사에 무관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편견임을 알릴 수도 있었다.

김씨는 “정부의 협상 타결 이후 ‘위안부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이 아닌가’라는 반응이 제일 두려웠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바판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함께 분노해줘서 놀라웠다”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협상 외에도 다른 문제로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대학생들이 지키고자 하는 ‘소녀상’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순결하고 약한 소녀의 이미지로 가둬버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여성이 전쟁에 동원됐다는 부분 대신 ‘민족의 수치’가 더 부각되기도 한다. 실제 수요집회에서는 “우리의 순결한 딸”과 같은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위안부 문제의 본질이기도 한 민족주의와 가부장주의 논리를 소녀상이 오히려 강화시킨다는 지적이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인 박유하 세종대 교수는 “위안부 단체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오히려 인질로 잡고 있다”는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다. 김씨는 박 교수의 견해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김씨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미 피해자가 아니라 평화 인권활동가로서 더 오랜 삶을 살아왔다. 할머니들이 싸우는 동안 소녀상이 구심점으로 있었고, 소녀상은 평화 인권활동가로서의 할머니들의 삶 그 자체를 상징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화나비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급진적인 평화 활동가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말을 하실 때가 있다. 어떤 할머니는 ‘너무 몸이 아플 때면 편히 쉬며 안 나와도 되는데, 정말 다시는 이런 일(전쟁)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나온다고’도 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원단체에 휘둘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이 할머니들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김씨는 말했다.

설 연휴에도 학생들은 돌아가면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연휴를 보낼 계획이다. 수요집회도 진행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주목! 이 사람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