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소리-생소한 소재지만 익숙한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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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스크린]로봇, 소리-생소한 소재지만 익숙한 감정

제목 로봇, 소리 (SORI: Voice from the Heart)

제작연도 2015년

제작국 한국

러닝타임 117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이호재

출연 이성민, 이희준, 이하늬, 김원해

개봉 2016년 1월 27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매체의 미덕 중 하나는 판타지의 예술로서 상상을 시각화한다는 것이다. 그 안에는 미래에 접하게 될 신기술이나 도구들도 등장하는데, 로봇은 초기영화부터 환영받아온 단골소재였다. 영화사에 족적을 남긴 수많은 로봇 가운데 몇몇은 허구를 넘어선 하나의 온전한 캐릭터로 대접받고 있기도 하다. 1927년 제작된 프리츠 랑의 흑백무성영화 <매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인간형 로봇 ‘마리아’로부터 <스타워즈> 시리즈의 ‘R2D2’, ‘C-3PO’ 콤비, 더글러스 애덤스의 유명소설을 영상화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등장해 극한의 염세적 세계관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넉 다운시킨 로봇 ‘마빈’ 등은 인간배우들을 능가하는 인기를 구가했다.

거대 괴수나 좀비가 등장하는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서 제대로 된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가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아마 문화나 정서의 차이일 수도 있겠고, 막나가는 상상을 낯설어하는 이유일 수도 있을 것이다. <로봇, 소리>에 새로운 소재의 영화화라는 흔한 찬사를 이구동성으로 쏟아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형태적으로는 판타지의 무대와 도구를 활용했지만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로봇, 소리>역시 어깨에 찬란한 상상의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쪽보다는 현실의 무게를 짊어지고 땅에 발을 디디는 쪽을 선택했다. 한국영화의 변함없는 미덕 또는 한계다. 10년간 잃어버린 딸 유주(채수빈 분)를 찾기 위해 폐인이 되다시피 한 해관(이성민 분)은 오늘도 그녀를 목격했다는 전화 한 통에 의지해 먼 길을 떠난다. 힘겹게 섬에 도착해 여기저기를 수소문해보지만 이번에도 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체념한 채 해변에 앉아 있는 그의 눈에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밝은 빛이 목격된다. 얼마 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그는 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수집하고 기억하는 능력을 가진 로봇을 발견하고 딸과 재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꿈꾼다.

감독의 말대로 ‘생소한 소재와 익숙한 감정이 공존하는 영화’란 표현은 딱이다. 특출난 작품은 아니지만 작품을 보는 내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은 참 부지런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조적으로는 장르영화의 전형성을 충실히 답습하지만 요소요소에 우리가 강렬하게 기억하는 현실적 이슈들을 적절히 모자이크해 익숙한 정서들을 이끌어내고 있고, 가족애와 부성애는 가장 큰 축이다. 종종 관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홍보마케팅의 무책임함을 지적하곤 하는데, 이번 <로봇, 소리> 같은 경우는 매우 신중한 홍보가 인상적이다. 관객이 소재로 등장하는 장치 하나하나를 직접 대면하는 자체가 작품을 제대로 즐기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겉치레보다는 내실에 치중한 캐스팅도 눈에 띈다. 오랜 시간 다양한 조연을 거치며 차분한 인지도와 인기를 쌓아온 이성민은 처음으로 원톱 주연을 맡았다. 고집불통이지만 내면은 한없이 나약한 보통 가장의 모습을 그만의 분위기로 연기해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희준, 이하늬, 김원해 등 개성파 배우들도 배역의 경중을 떠나 제몫을 톡톡히 해내는데, 특히 로봇 ‘소리’의 목소리 역을 맡은 심은경은 단연 발군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역배우로 시작해 다양한 작품들을 섭렵하며 신뢰를 키우고 있는 그녀는 재주가 다방면에 다재다능하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이번에도 성공적인 로봇 목소리 연기를 해내 폭넓은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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