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금융자본주의의 ‘돈놀이 게임’](https://img.khan.co.kr/newsmaker/1160/20160126_77.jpg)
영화제목 빅쇼트
원제 big short
원작 마이클 루이스, <빅숏>
감독 아담 맥케이
출연 크리스찬 베일, 스티브 카렐,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상영시간 130분
등급 청소년관람불가
개봉 2016년 1월 21일
시사회장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보도자료가 다 떨어졌어요.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것을 안다(이미 메일함에는 영화 홍보사가 보내준 영화에 대한 ‘보도자료’ 메일이 여러 건 와 있다).
사담을 하는 건 기념품이 남긴 잔상 때문이다. 보도자료는 못 받았지만 지포라이터만한 크기의 종이박스 기념품은 남은 모양이다. 주머니에 넣고 깜빡하고 있다가 뒤늦게 열어보았다. 북클립 같은 것이 들어 있는데 2달러짜리 ‘진짜’ 지폐가 함께 들어 있었다. 이건 뇌물인가, 라고 잠시 생각하다 환율로 따져보니 약 2400원쯤. 연필이나 영화제목이 인쇄되어 있는 공책 같은 기념품과 비교를 해보면 어차피 들어가는 돈은 비슷한데 기왕이면, 이라는 영화홍보사 측의 아이디어로 보인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들은 머니게임, 우리말로 돈놀이에 천재적인 사람들이다.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냥 예견만 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 역시 ‘게임’에 참여하고 있다. 조만간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시스템이 ‘붕괴’할 것에 돈을 건 사람들 이야기다. 그리고 실제 역사는 예견대로 흘러갔다.
영화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독특하다. ‘금융 붕괴’의 도래를 확신하는 네 그룹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한편, 이야기가 너무 어렵다 싶어지면 중간중간에 이야기를 중단하고 실존하는 유명인사가 나와 관객들에게 말을 걸면서 영화가 다루고 있는 복잡한 ‘경제용어’가 무엇인지 설명한다. 이런 식이다. 펀드매니저 마크 바움(실존인물이다. 스티브 카렐이 그의 역할을 맡아 연기한다)이 무분별한 CDO(부채담보부증권)의 남발에 어이없어 하며 분노하고 있을 때 가수이자 배우인(그리고 저스틴 비버의 전 연인으로 유명한) 셀레나 고메즈가 카지노장에 갑자기 나타난다. 그리고 카메라에 대고 CDO가 어떻게 뻥튀기로 부풀려지는지 쉽게 설명한다.
영화를 본 소감은 이것이었다. “에이젠슈타인이 평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자본론>의 영화화가 마침내 이뤄진 것일까.”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 사태를 초래했던 사태의 본질을 머니게임에 참여했던 펀드매니저의 눈으로 비판한다. 원작이 있다. 마이클 루이스의 책 <빅숏>이다. 한국에도 번역되었다. 책의 부제는 ‘패닉 이후, 시장의 승리자들은 무엇을 보는가’다. 그의 전작 <머니볼>도 영화화되었다. <머니볼>은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대의 고전으로 꼽히고 있는 작품이다. <머니볼>의 주연을 맡았던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에서도 은퇴한 트레이더 벤 리커트 역을 맡았다. 그의 도움으로 투자에 성공한 초짜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자 그가 날린 일침이 의미심장하다. “그 숫자의 의미가 뭔지 아나. 앞으로 양산될 수백만의 실업자, 집에서 쫓겨나는 사람들, 자살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지표란 말이지.” 여러모로 주목할 만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는 올해 골든 글로브 극영화상·주연상·각본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 영화가 한국에서 소비될 방식이다. 번역서에 달린 부제처럼 ‘시장의 승리자’가 되기 위한 성공투자 비법 따위를 알려주는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홍보사가 건넨 (행운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2달러 지폐’ 기념품이 그 의미가 아니었길 바랄 뿐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