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밥상
구정은 외 지음·강윤중 사진·글항아리·1만4000원
나우루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다. 총면적이 21제곱킬로미터이며, 총인구는 9500명에 못 미친다. 인산염을 수출해 먹고사는 이 나라는 19세기 말 독일의 통치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호주의 식민지가 됐고, 2차 대전 때는 일본에 점령당했다. 독립국가가 된 것은 1968년이 되어서였다. 한때는 인산염 수출로 소득이 높았다. 그러나 인산염은 100년 가까이 채굴한 끝에 고갈됐다. 지금은 해외 원조에 재정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나우루 사람들은 대부분 뚱뚱하다. 지역 주민의 90%가 한두 세대 만에 비만과 과체중이 됐다. 정크푸드 때문이다. 식민지에서 벗어난 후 인스턴트 식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세계화의 밀물 속에 작은 섬의 전통 먹거리는 경쟁력이 없었다. 나우루의 가정에서는 아침식사로 원하는 만큼 호주산이나 미국산 비스킷을 먹는다. 실업률이 90%에 달하는 이 곳에서 가족이 모여 식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무 때나 내키는 대로 끼니를 때울 뿐이다. 인스턴트 위주의 불규칙적인 식생활은 당연히 건강에 좋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인구의 94.5%는 비만·과체중이고, 인구의 40%가 당뇨병을 앓는다. 오래된 먹거리 중 남아 있는 것은 코코넛 과일 정도다.
<지구의 밥상>은 경향신문 기획취재팀이 10개국을 탐사 취재해 그 나라의 밥상을 들여다본 책이다. 남태평양 나우루를 비롯해 라틴아메리카의 쿠바,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의 밥상이 그려져 있다. 이 책은 “밥상의 차이는 삶의 격차”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먹거리가 계급 간의 격차, 국가 간의 격차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격차는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밥상은 세계화의 가장 생생한 단면이기도 하다. 물론 세계화와 상업화에 맞서는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움직임도 있다. 10개국 탐사 취재를 통해 전 세계인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식탁을 모색해 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