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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20대 총선에서 격전이 예상되는 지역을 찾아가 주민들의 민심을 듣고 있지만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 각 정당과 후보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뜻을 취재과정에서 고르게 반영했는지에 대한 반성이다. 한 선거구 안에서도 동네에 따라 다양한 특색이 나타나기에 여러 지역을 골고루 다녀보려고 취재 동선을 짠다.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 직업군에 편중되지 않고 다양한 유권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려고도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취재시간이 낮 시간에 집중되다 보니 뜻하지 않은 편중이 생기기도 한다. 해당 지역에서 낮 시간에 쉽게 만날 수 있는 주민들은 대부분 주부 아니면 상인 등 자영업자일 때가 많다. 도심이나 산업단지에 있는 일터로 떠나 낮 동안 거주지를 비우는 수많은 노동자들은 비교적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려 퇴근시간까지 기다려 지하철역이나 큰길가에서 귀가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비교적 균일한 출근시간대에 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한국의 노동환경에서 퇴근시간은 사람마다 직장마다 제각각이기 일쑤다. 기자 역시 퇴근을 생각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보니 늦은 시간까지 야근에 시달리다 퇴근하는 직장인들의 목소리는 비교적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된다.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 권호욱 선임기자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 권호욱 선임기자

이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총선을 거쳐 뽑는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의원들의 출신 배경이 사회 구성원들의 인구분포와 거의 흡사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별과 직업, 소득수준, 출신지역, 종교, 학력, 정치성향 등 국민 각자가 가진 특성을 인구비례에 따라 그대로 반영할 수 있으려면 아예 무작위로 전 국민 중에서 299명을 뽑아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체제는 그렇게 대표성을 극대화하는 대신 투표와 선거를 통한 민주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효율적이며 전문적이고, 국가 차원의 정책 입안과정에서는 더 수월하게 의회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선거구가 없는 상태다. 물론 얼마간의 진통을 겪고 나면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구성되는 선거구 획정안이 나올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들이 대부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대다수의 주민과는 동떨어진 지위와 소득을 누리는 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비례대표 제도를 통해 대표성의 약점을 보완한 의미는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일개 기자도 사회 현실을 고르게 반영하기 위해 추구하는 비례적 대표성의 원리가 한 나라의 의회에서 특정 정당의 이익 때문에 축소된다면 그 의회의 민주주의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김태훈 기자 anar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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