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사회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박형신, 정수남 지음·한길사·2만4000원
“공포는 현대사회에서 ‘신’이 되었고, 안전은 ‘신앙’이 되어버렸다.”
현대사회에서 개인들이 느끼는 주요한 감정 중 하나가 공포다. 이 책은 “공포는 오늘날의 사회를 뒤덮고 있는 가장 지배적 감정”이라고 진단하며, 공포 감정을 분석한다. 공포는 미래의 불확실성에서 비롯된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다. 전통사회에서도 공포 감정은 있었다. 전통사회에서 공포는 인간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통제불가능한 자연의 힘에 대한 것이었다. 인간은 초자연적인 힘 혹은 종교적 힘에 기대어 이러한 공포를 극복했다.
반면 현대사회에서 공포의 극복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으로 돌려진다. 현대사회는 개인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에 대한 책임도 개인에게 전가했다. 개별화된 개인들은 생존을 위해 극한적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편에서는 이러한 개인화된 공포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려는 흐름도 있었다. 민주주의, 복지국가의 발전이 그것이다. 사회적 신뢰체계를 구축해 공포를 극복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몇십 년간 신자유주의 경쟁체제가 확산되면서 이러한 사회적 신뢰체계는 후퇴했다. 양극화, 복지제도 축소, 민주주의 위기는 사회적 신뢰체계가 무너지고 다시 공포가 개인들의 몫으로 남겨지게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세계에서 개인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다. 가족과 내 한 몸을 안전하게 챙기는 것이다.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각 개인은 ‘사적인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때 공포는 단순한 감정을 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이 책의 진단이다. “공포는 이제 사람들의 삶을 짓누르는 하나의 감정을 넘어 개인들의 사회적 삶을 지배하는 윤리의 토대이자, 사회를 또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가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공포’라는 감정을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를 분석한다. ‘공포’라는 감정이 각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지배하는지, 또 각 개인의 욕망을 어떻게 부추기는지, 고도경쟁사회의 노동현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복지의 확대와 축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