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술 권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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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일간지에 맥주 광고 모델로 나온 임신부 배우 전지현씨. / 전병혁 기자

한 일간지에 맥주 광고 모델로 나온 임신부 배우 전지현씨. / 전병혁 기자

주말이나 퇴근 후 일상의 짐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TV나 인터넷을 하다가 갑자기 갈증을 부채질하는 광고들이 있다. 주로 맥주 광고다. 게다가 멋진 모델들이 거품까지 입가에 묻히고 꿀꺽꿀꺽 소리까지 낸다면 지켜보는 이는 거의 숨 넘어갈 지경이다. 그런데 TV에 주류 광고는 시간대 제약(도수 17도 이상은 오전 7시~오후 10시 금지)이 있다. 여기다가 광고 모델 제약도 있다.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제10조 2항의 별표에는 ‘임산부나 미성년자의 인물 또는 목소리를 묘사하는 표현’을 명문으로 금지해놨다.

<주간경향> 제1157호에 ‘애들에게도 술 권하는 사회’라는 주제로 과도한 주류 광고의 문제를 지적했다. 여기서 임신부인 모델 전지현씨의 롯데주류 맥주인 클라우드 광고 출연 문제를 거론했다. 다행히 일반 TV 광고는 12월부터 수정돼 전씨 모습을 뺀 채 나가고 있다. 전씨의 멋진 모습이 사라져 다소 김빠진 맥주 느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늦게라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12월 23일자로 배달된 한 신문에 ‘물 타지 않는 맥주 클라우드’라며 떡하니 전씨가 술병을 든 광고가 실렸다. 주류 광고를 모니터링해 온 대한보건협회 측이 파악해 보건복지부에 신고했다고 한다. 과거에 사용한 광고를 재활용한 단순착오로 보이기도 한다. 아직 어떤 조치를 내릴지 결정하진 않았지만 분명한 법규 위반이다.

방송 광고도 12월 동안 대한보건협회가 모니터링을 해 보니 총 1454회 클라우드 광고 중 1207건은 전씨가 빠진 새 광고였으나, 나머지 247건은 예전 것을 그대로 내보냈다. 김대희 보건협회 연구원은 “위반해도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시정요구를 하고, 안 지켜지면 벌금 100만원을 내는 게 전부여서 잘 안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사각지대인 인터넷 공간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에는 전씨가 매력적으로 음주를 권하는 롯데주류의 공식적인 클라우드 광고 영상이 11개 정도 올라 있다. 인쇄매체나 인터넷이라도 임산부의 주류 광고는 마찬가지로 위법이다.

17도 이하 소주 광고가 틈새를 파고들고, 아이돌 스타까지 술을 권하는 광고가 버젓이 통용되는 사회는 지나친 데가 있다. 정부나 국회가 보다 현실성 있는 술 광고 제한으로 주류 업체나 모델이 오명을 쓰지 않고, 소비자도 편히 볼 날이 오길 새해에는 기대해 본다.

<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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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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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