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 설계가 필요한 청년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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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중장기 설계가 필요한 청년문제

무업 사회
구도 게이, 니시다 료스케 지음·곽유나·오오쿠사 미노루 옮김·펜타그램·1만5000원

일본 사회의 ‘청년 무업자’에 대한 실태 보고서다. 책은 ‘청년 무업자’를 다음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자로 정의한다. ①학교 및 입시학원, 직업전문학교에 다니지 않는 자 ②배우자가 없는 미혼자 ③평소에 수입이 발생하는 일을 하지 않고 있는 15세 이상 35세 미만인 자. 장기 실업자, 니트(NEET), 히키코모리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무업 상태가 되는 것에 예외는 없다.

물론 저소득, 저학력, 비정규 이력을 가진 청년들이 무업 상태가 되기가 쉽지만,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어도 ‘무업 청년’의 길을 벗어난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도쿄의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무업자가 되어 일용직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가는 청년의 사례를 담고 있다. 이밖에도 대학 졸업 후 불합격 메일 100통에 좌절하고 구직활동 중인 청년, 회사의 도산으로 연속해서 해고를 당하고 현재 구직 중인 청년 등의 사례가 담겨 있다.

청년 무업자는 더 이상 특별한 불행이 아니다. 일본의 청년 무업자 수는 총 200만명을 넘어섰고, 15세부터 39세까지의 청년 16명당 한 명꼴이다. 지은이는 청년세대가 지금처럼 노동에서 소외된다면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당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일본형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경제체제의 붕괴와 ‘일본적 복지사회’라는 소극적 사회안전망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책은 청년 무업자 문제를 시작으로 사회의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본 사회의 이야기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니트족’의 비중이 청년층(15~19세) 가운데 15.6%로,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희망퇴직을 강요당하는 등 취업을 했어도 청년 무업자로 전락할 위험성도 늘 상존해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화두 중 하나가 ‘청년’이다. 선거용에 그칠 게 아니라 한국 또한 중장기적이고 제도적인 설계가 필요한 때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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