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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경향신문

박근혜 대통령 /경향신문

“나는 자존감이 낮아.” “그게 내 트라우마야.” “아무래도 나 우울증 아닐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우리의 심리를 규정하는 단어들을 제법 많이 쓴다. 대개가 자신의 정신상태가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났음을 표현하는 말이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학과 교수는 이를 ‘심리화’라고 말한다. 그의 책 <그렇다면 정상입니다>는 ‘심리화’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이런 류(심리학)의 강연회에 많이 오고 이런 책을 읽다 보면 그걸 자꾸 나한테 대입해보고 심리화하게 돼요. …근데 그건 굉장히 위험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나를 설명하는 이론의 틀, 일종의 신념의 틀이 생기잖아요? 그러면 그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다 그 구멍에 집어넣게 돼요.” 정신과를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심리를 검열하며 자신을 비정상으로 규정하지만 대개의 경우가 ‘정상’이다. 이들이 자신을 비정상의 범주에 몰아넣는 이유는 무엇보다 환경이 만든 프레임 때문이다. 개인에게 요구하는 조건도 많아지고,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자꾸 자신을 결함 있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비정상’ ‘정상’ 프레임으로 끊임없이 검열을 하는 건 ‘심리화’만이 아니다. 권력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다만 그 방향이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사회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화 오남용’과는 차이가 있다. 박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비정상의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며 끊임없이 정상 국민과 비정상 국민으로 국민을 분류하기에 바쁘다. 자신이 밀어붙이는 노동법을 통과시키지 않는 국회는 ‘비정상’이고 이를 직권상정하지 않는 국회의장은 무책임하다. “전체적으로 그런 기운이 느껴지는” 검인정 역사교과서는 ‘비정상’이고, 여론의 반대에도 굴하지 않고 밀실에서 만드는 국정교과서는 ‘올바른 교과서’다. 당연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시위도 ‘비정상’이므로 18만ℓ의 물대포를 동원해서라도 강경하게 진압해야 한다. 자신의 뜻과 다른 모든 것을 ‘비정상’이라고 말하는 대통령,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프레임으로 끊임없이 국민을 ‘비정상’과 ‘정상’으로 갈라치기하는 대통령. ‘심리화’의 오남용이 아니라 ‘권력’의 오남용인 셈이다. ‘비정상’이라며 국민들을 검열하는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서도 심리화의 ‘오남용’과 동일한 진단이 내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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