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다른 기능이 복합된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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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탐색]주거와 다른 기능이 복합된 건물

무지개떡 건축
황두진 지음·메디치·1만5000원

마당 있는 집, 단독주택을 꿈꾸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아파트에 살고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 단독주택의 삶은 극소수의 사람에게만 적용된다. 지은이는 ‘그림 같은 단독주택’과 ‘기숙사 같은 아파트’의 대안으로 무지개떡 건축을 제안한다.

무지개떡 건축은 주거와 다른 기능이 복합된 유형이다. 주거와 생활공간이 분리되는 구조가 아니라 주거와 다양한 생활공간이 한 건물에 섞인 건축이다. 각 층의 기능이 서로 다른 것을 색이 층층이 다른 무지개떡에 비유했다. 물론 1959년에 처음 등장한 상가주택도 주거와 상업시설이 섞인 건축이라는 점에서 무지개떡 건축과 닮아 있다. 그러나 무지개떡 건축은 최소 3단계로 구성되는 복합건축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상가건축과는 차이가 있다. 지은이는 건축과 길이 만나는 저층부, 효율과 절제가 필요한 중층부, 건물이 하늘과 만나는 상층부로 건물을 나눠 각 성격에 맞는 공간 활용을 제안한다.

무지개떡 건축은 ‘수직의 마을’을 만든다. 보통 마을이나 동네는 자연 지형을 따라 펼쳐진 저밀도의 전원형 유형을 상상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에 사는 오늘날 이러한 이상적 마을 형태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지은이는 무지개떡 건축은 도시에서의 삶의 조건을 담고 있으면서도 마을공동체적 가치를 구현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단 상업지구와 주거공간이 분리되지 않으면서도 도심 거주자가 늘어나게 된다. 마을에는 집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동네 어귀 정자에서 시작해 마을회관, 가게, 학교, 우체국, 체육시설,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이런 것들이 수평으로 배열될 수 없으니 기존 아파트 구조를 이용해 수직적으로 무지개떡 건축에 재구성하면 된다는 것이다. 건축물에 공공적 성격의 공간이 섞여 들어가면서 동네 사람들과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은이는 오스트리아의 훈데르트바 등 아름답다고 알려진 유럽 도시들은 무지개떡 건축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건축의 심미성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급선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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