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장의 시절’이 다가왔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하장과 크리스마스카드를 주고받는 게 연례행사였다. 인터넷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는 주고받는 연하장과 함께 한 해가 지고 또다시 한 해가 밝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심 어린 마음이 담긴 따뜻한 인사 한마디는 희망과 행운의 전령사였다. 받는 이의 건강과 가족의 화목, 그리고 일의 성취 등 다양한 기원이 담겨 있었다. 흔히 접하는 문구, 눈에 익은 그림일지라도 연하장에 새겨진 그것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새해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잊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받은 연하장이 주는 감동은 두세 배로 커진다. 자신을 기억해준다는 고마움 때문일 게다.
마음을 담아 보내는 이러한 연하장이 요즘은 뜸해졌다. 연하장이 책상에 수북이 쌓여 있던 기억이 언제인지 아른거린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올해 650만장(우체국 연하장+일반 연하장) 정도의 연하장이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 판매량에 비하면 거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병신년인 2016년 새해를 맞아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한 연하우표.
머지않아 연하장도 추억의 산물이 될지도 모른다. 하기야 이메일, 카카오톡, 메신저 등 손쉽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 있고, 이들을 통한 전자카드가 활발하게 이용되는 상황에서 연하장은 지난 시대의 유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구구절절이 사연을 적어야 하는 일은 번거로운 일이다. 거기다가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전자카드가 연하장을 받았을 때의 두근거림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언제, 어디서든지 보낼 수 있는 전자카드가 연하장에 담긴 정성과 의미를 대체할 수는 없다.
국내에 연하장이 처음 선보인 것은 우편엽서가 도입된 1900년이었다. 이 연하장은 우정국 청사와 전통의상을 걸친 우정국 관리들을 배경으로 하고 그 하단에 신년 축하 메시지를 담았다. 엽서 형태의 연하장은 한국조폐공사가 1958년 발행한 게 처음이다. 1975년에는 봉투와 카드를 별도로 제작한 봉합엽서 형태의 연하장이 발행됐다. 오늘날과 동일한 형태의 연하장은 1985년 체성회(한국우편사업지원단의 전신)에서 발행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그 오래전부터 새해인사를 담은 서장(書狀)이라는 것이 있었다. 부모나 친지, 스승 등을 직접 찾아가 뵙지 못할 때 아랫사람을 시켜 장문의 서찰을 보내곤 했다. 일종의 세함(歲啣) 풍속이다. 조선 말기까지 이 풍속은 이어졌다. 연하장은 어쩌면 서양화된 세함풍속일지도 모른다.
일찍이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연하장 문화를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아직도 연하장 문화가 성행하고 있다. 세밑엔 연하장을 소재로 한 광고를 흔히 볼 수 있다. 올해 일본 우정국에서 발행하는 연하장은 무려 32억장이라고 한다. 종류도 32개 종이나 된다. 역대 최고 제작량을 보인 2004년에는 무려 45억장의 연하장을 찍었다. 이는 오직 일본 우정청이 찍은 연하장 숫자다. 일본 기업들이 제작한 숫자는 제외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문자 메시지보다는 연하장이 일반화돼 있다는 얘기다.
올해는 부모와 친지들에게 정성스런 마음이 담긴 연하장을 보내 보면 어떨까. 때마침 우정사업본부가 병신년 새해 소망을 담은 연하우표를 발행했다고 한다. 연하우표는 재주 많고 긍정적인 원숭이의 모습을 밝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활기 넘치는 행복한 한 해를 기원하고 있다.
<김경은 편집위원 jjj@kyunghyang.com>